동아일보 2016-04-08 03:00:00
▷달콤함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돼 있다. 달콤한 걸 먹으면 배도 부르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인류가 과일이나 꿀 말고 달콤한 성분을 따로 분리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2500여 년 전 인류는 사탕수수에서 조당(粗糖·정제하지 않은 설탕)을 얻을 수 있었지만 설탕은 황금만큼 귀했다. 1세기 전만 해도 설탕은 부자나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었고 일반 가정의 설탕통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문제는 설탕이 물처럼 흔해지고 싸지면서 시작됐다.
▷단맛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절반 이상의 여성이 섹스보다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달콤함의 대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사증후군, 심혈관 질환, 비만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설탕은 만병의 근원이 됐다. 더욱이 설탕은 담배나 알코올처럼 중독성이 있어 끊기가 어렵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것이 당기고 단것을 끊어서 두통 짜증 우울감 등이 밀려들면, 중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설탕 등 당분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 기준으로 볼 때 대다수의 한국인은 중독이다. 2013년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하루 평균 72.1g으로 총열량의 14.7%를 설탕에서 얻고 있다.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적(敵)이 안 보이는 전쟁이다. 빵 과자 빙과류 시리얼 음료수 등 가공식품에 설탕이 엄청 들어 있는데도 모르고 먹는다. 설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가공식품 영양표시부터 강화해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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