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들어서 교황이 결혼식에 신부를 위한 반지를 준비토록 하는 법령을 반포했다. 기혼 여성은 사람들 앞에서 금반지를 끼었다. 룩셈부르크의 다이아몬드 가공업체 드비어스가 20세기 중반에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광고를 시작하면서 귀금속 결혼 반지가 대중화됐다.
허니문의 기원은 좀 별나다. 고대 노르웨이에서 신랑이 신부를 납치해서 예비 장인이 딸 찾는 것을 포기할 때까지 숨겨두었는데 보통 30일이었다. 부족장은 이 기간에 두 남녀에게 매일 꿀로 만든 술을 제공했다. 신부에게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게 하고 신랑에게는 긴장을 누그러트리는 효험이 있었을 것이다. 허니문에 여행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빅토리아 시대였다. 산업혁명으로 증기선이 등장하는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신혼부부들이 결혼식 뒤 달아나듯 둘만의 여행을 떠났다.
새 부부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은 고금을 뛰어넘는 미풍양속이다. 북유럽에서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지참금을 준비하지 못한 신부 이야기가 알려지자 이웃들이 선물을 소나기(Shower)처럼 쏟아부었다. 이게 서양의 웨딩샤워(Bridal Shower) 뿌리다. 미국에서는 한때 은식기 도자기 장식품 등이 웨딩샤워의 대세였는데 부와 인맥을 과시하는 기회로 이용됐다. 오늘날 우리가 결혼식 부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풍습이다.
결혼식은 잔치이다. 축하객들은 부케를 서로 잡으려 한다. 행운, 다산, 다음 결혼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고대 결혼식에서 꽃은 악으로부터 신랑 신부를 보호하는 상징물이었다. 신랑·신부에게 씨앗 견과류 건포도 밀 등 곡물을 던지기도 했는데 다산의 기원이었다고 한다. 밀 다발도 축하의 용품으로 등장했다. 우리로 치면 쌀가마니를 메고 결혼식을 축하했던 셈이다.
결혼의 개념은 사회의 발전에 따라 계속 바뀐다. 이제는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 계기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목사 팀 켈러는 결혼보다 더 위대한 인간관계는 없다고 했다.
어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이 5.9건으로 1970년 이후 최저였다. 초혼 연령은 높아져 지난해 여성 평균 초혼연령이 30세였다. 삶이 빡빡하다보니 결혼도 달갑지 않은 것이다. ‘3포 세대’는 팀 켈러의 말을 귀담아들을 일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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