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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좋은 이유

바람아님 2016. 4. 5. 00:28

한국일보 : 2016.04.04 04:40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과 강북의 모습.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4년 간의 베이징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한 달여 전 귀국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한국과 중국 중 어디가 더 좋으냐고 묻곤 한다.

답은 ‘한국이 100배는 더 좋다’다.

먼저 우리나라는 공기가 맑다.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내린 순간 “와, 어쩜 이렇게 깨끗하지?”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희미해진 눈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마치 흑백TV를 보다 초고선명 TV로 바꾼 것 같았다. 베이징에서는 환기를 시키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아침에 출근해 창문부터 연다. 한 선배가 “제정신이야? 오늘 미세먼지가 얼만데”라며 핀잔을 주지만 “베이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좋은 편이에요, 앞 건물도 보이잖아요”라며 웃는다. 손을 마주 잡은 연인의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모그에 시달리는 중국에 비하면 서울은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서울 한복판엔 한강이 흐르고 남산도 있다. 베이징 도심엔 강도 없고 산도 없다. 서울은 골목길까지도 모두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일 수밖에 없다.


음식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중국에선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 여전히 하수구 기름이 유통되고 있고, 길거리 음식은 무슨 고기와 재료를 썼는지 확인할 수 없다. 공업용 원료로 쓰이는 멜라민을 넣은 우유와 분유에 대한 충격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중국인이 해외 관광 때 분유를 싹쓸이하는 이유다. 중국인도 안 먹는 우유를 세 딸에게 먹일 순 없어 베이징에서는 수입 한국 우유를 5,000원 이상 주고 사 먹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더 맛있고 고소하며 신선한 우유를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우유뿐 아니라 한국엔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산해진미가 넘쳐난다.


길을 건널 때 긴장할 필요도 없다. 중국 생활에서 가장 어렵고 적응이 안 되는 게 길 건너기였다. 중국에선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다. 사람은 차량의 흐름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법으로 돼 있다. 차량들은 사거리에서 언제든지 우회전을 할 수 있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길을 건너려면 고개를 열심히 좌우로 돌리며 차량들을 살펴야만 한다. 더구나 맞은편에서도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안으로 덮쳐 올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이니 파란 신호등일 때도 길을 건너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신호등을 보고 건너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무리 지어 건너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널 때마다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그러나 한국은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불만 들어오면 차량들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다. 교통 질서 천국이다.


중국 생활은 평소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감사해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새삼 깨닫게 해 줬다. 이러한 것들의 예는 끝도 없다. 그 가운데 선거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건 14억명의 중국 인민들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다. 야당도 없다. 반면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을 위해 일할 대통령을 뽑고 투표로 집권당을 교체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이다. 한 번 지지한 정당이 일을 잘 하면 격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을 받들어야 할 지도자가 소통조차 안 하고, 살림살이는 갈수록 더 팍팍해지면서, 가장 활력이 넘쳐야 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할 수밖에 없다면 선거와 투표로 심판하면 된다. 중국은 이런 게 불가능하다.


공기가 없어야 비로소 공기의 소중함을 알 듯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 갔다 오며 정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총선이다. 중국인은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소중한 한 표를 자랑스럽게 행사해 볼 생각이다.


박일근 산업부장 ik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