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당 혼인 건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총 30만2천8백 건으로 1년 전보다 2천7백 건이나 감소했습니다. 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도 불과 5.9건밖에 안돼 지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혼 연령도 올라가서 평균적으로 남자는 32.6세, 여자는 30세에 처음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이 30대에 접어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렇게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결혼을 많이 안 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이젠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골드미스'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지 이미 오래됐죠. 돈 잘 벌고 생활에 여유가 있는 젊은 층들 상당수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일을 하면서 취미나 여행 등 자기만의 생활을 즐기는 데 만족하다 보니 연애는 좋아도 굳이 결혼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많은 거죠.
물론 이후에 결혼을 하는 경우가 아예 평생 독신으로 사는 사례 보다 많기야 하겠지만, 일단 이들에겐 결혼이 급한 게 아닙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다 보니 결혼은 천천히, 아쉬울 게 없다(?)고 생각될 때 결혼을 하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이유라면 별로 걱정할 게 없습니다. 그만큼 라이프 스타일이 변한 거고,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여러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거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첫 번째 이유가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었다면, 두번째 이유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돼 못하는 겁니다. 지난 2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죠.
어렵게 취업한다고 해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아서 청년 취업자 5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할 여건이 안되는 겁니다. 정규직으로 취업했다고 해도 집값이나 전세가가 너무 비싸 부모 도움이 없이 신혼집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양육비도 워낙 많이 들다 보니 결혼을 엄두도 못내는 거죠.
문제는 이렇게 결혼을 미루거나 안하는 게 누적되다 보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 결혼을 안하면 집도 잘 안사게 돼 주택 경기가 침체될 수 있고, 자동차나 가구 같은 내구재 소비도 위축됩니다. 아이를 안낳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산 가능 인구도 감소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 자체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금도 우리나라 인구가 좁은 땅덩이에 비해 포화상태라면서 출산 감소가 별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한다는 건 생산 뿐 아니라 소비까지 줄여 거의 모든 경제 지표의 악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노인 인구는 늘면서 정작 젊은층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비단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노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의 첫 걸음은 결혼이기 때문에 결혼을 안한다는 것은 그래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지나치게 높아진 결혼비용을 낮춰 결혼을 어렵게 만들지 않고,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국가 정책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이호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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