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선거 이기자 돌변 野, 선진화법 개정하되 사과부터 해야

바람아님 2016. 4. 30. 00:25
조선일보 2016.04.29. 03:24

국회법(선진화법)이 5월 말까지인 19대 국회 임기 내에 개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작년부터 개정을 주장해온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 참패로 개정에 따르는 실익(實益)이 사라졌는데도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결사반대 입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도 입장을 바꿨다.

새누리당에선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는 나경원·정진석·유기준·김재경 의원 등 4명이 모두 개정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주승용 직전 원내대표도 선진화법이 양당 체제의 산물이라는 이유를 들어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선진화법은 해머가 동원된 몸싸움이 벌어지고 최루탄까지 등장한 18대 폭력 국회의 산물이었다. 2012년 총·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후보들이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며 공약했고 18대 국회 말 통과됐다. 뜻은 좋았을지 몰라도 의석의 60%(180석)를 갖고 있지 못하면 법안 하나 통과시킬 수 없다. 소수 야당에 국회 권력을 넘겨준 결과가 됐다.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원칙을 무너뜨려 국회를 기능 정지 상태로 몰아넣었다.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180도 태도를 바꾸는 야당들의 태도는 지적해야 한다. 더민주는 19대 국회 내내 이 선진화법을 무기로 막무가내로 법안을 틀어막고 심지어 아무 관계도 없는 법안들을 끼워넣기까지 했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랬던 야당이 4년간 국회를 마비시킨 데 대해선 한마디 사과도 없이 이제 국회 다수파가 됐다고 선진화법을 바꾸자는 것은 정말 낯 두꺼운 행태다.


그 당을 이끌어온 사람들이 바로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말 개정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꾸기는 했지만 식물국회를 만든 책임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국회법의 내용이야 어떻든 걸핏하면 국회를 마비시키는 의원들의 행태가 근본 문제다. 선진화법을 내세워 횡포를 부리던 사람들은 선진화법이 없어지면 또 새로운 법을 이용해 횡포를 부릴 것이다. 문·안 두 사람이 선진화법을 악용해온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국회 과반수가 된 두 야당의 입법 전횡이 심각하게 벌어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선진화법의 위헌 여부와 직결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결정을 19대 국회 임기 내에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먼저 선진화법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 그에 앞서 두 야당은 진솔하게 반성해야 하고, 개정 국회법엔 폭력 재발 방지책도 빈틈없이 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