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州房/곰탱이 日記

회춘

바람아님 2013. 6. 27. 15:43

 

                                                                                                                               천왕산 석양후 잔명

 

 

 

 

 

回  春/곰탱이 

 

 

 

과수원의 큰일은 어느정도 끝냈나 싶더니 오랜 초등학교 지기의 모친께서
별세 하셨다는 부고가 날라들어 만사 제쳐두고 문상길에 올랐다.

농사 일하느라 늘 작업복만 입었었는데 모처럼 정장을 하고
넥타이까지 매고 나니 영 어색하고 갑갑하다.

 

부랴부랴 터미널로가 서울가는 버스에 올라 타니 만감이 교차한다.
초등학교시절 친구집에 놀러가면 늘 간식으로 국수를 삶아 주시고
바쁜 일때문에 외출 하셨을땐 친구와 같이 옥수수 삶아 먹는다고
냄비에 물도 않넣고 삶다가 냄비를 홀랑 태웠는데 밖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는 괜찮다 하며 감자를 쪄주시기도 했었다.

 

우리 어머니도 몇년전 돌아 가셨지만 어쩌다 벌써 부모님과 사별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는지 아직도 하고싶고 또 할일도 많은데 머리에는 벌써부터
서리가 내려 앉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깊게 패였다.
병원 영안실에 도착하니 서울사는 친구들이 다 모였다.
이제는 이런 자리가 아니면 친구들도 만나기 힘들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몇몇 친구들이 자리를 뜬다.
생각 같아서는 슬퍼하는 친구옆에서 하루저녁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데
농촌일이라는게 만들어 하지 않으면 농사가 안되니 나도 따라 일어섰다.

 

모처럼 올라온 서울이라 조금 걷고 싶다는 생각에 한정거장 거리를

걸어 보고 주변에 있는 백화점에도 들어가 봤다.
처음에는 집사람에게 선물하나 할까 하고 들어 왔는데 너무 비싸 내능력 밖이다.
요즘 살기 힘들다 하지만 백화점은 예외 인듯하다 내맘대로 못가고 사람에 떼밀려

다닌다.  젊은이들은 핫팬츠에 민소매 차림으로 옆에만 가도 향긋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활보 하는 모습이 전부 모델이다.
젊은 부인들 옷차림도 부인인지 처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촌놈 서울 와보니 여기도 쭉쭉 빵빵 저기도 쭉쭉 빵빵
동서남북 온동네가 쭉쭉 빵빵이라 활기찬 서울 특유의 에너지를 둠뿍받았다.
역시 서울은 사람사는 곳이며 좋은 곳이다.

 

매일 그일이 그일이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과수원에 묶여 살다
이렇게 올라와 에너지를 받으니 한 십년은 회춘한듯 싶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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