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州房/곰탱이 日記

소나기

바람아님 2013. 6. 18. 10:01

 

 

<관곡지 6월>

 

 

 

소나기/곰탱이

 

 "먼동이 터오는 이른새벽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누가 깰까 살며시 사립문 열고 집을 나선다.

 

흐릿한 빛속에 비추는 뒷 모습은
커다란 밀짚모자에
한여름인데도 긴팔옷을 입고
긴장화를 신은 꼴이
꼭 멕시코의 '산쵸' 다."

 

어느 시인의 시에서나 볼듯한 얘기, 이건 시가 아니다.
이 시절이 되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농촌의 풍경이다.
어제도 늦게까지 일하고 고단한 잠에 빠진 집사람 깰까 봐
살금 살금 나서는 지아비는 괜히 마음이 안쓰럽다.
늦은 나이에 과수원 한다고 시골까지 끌고와 고생시키는

구나 하고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 하다. 

지금은 적과와 봉지 씌우는일이 한창이다.

 

적과는 한번에 끝나는게 아니고 여러번을 해야 한다.

열무씨를 뿌려 여러번 솎아 내면서 키우듯이.........

솎아낸 열무싹은 흐르는 냇물에 씻어 점심으로 싸온

보리밥에 고추장 넣고 쓱쓱비벼 먹으면 일하는 고단함이

싹 가시는 보약과도 같다.
매일 하루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와 숟가락 놓자마자 골아 떨어지는게 농촌생활이다.

 

오늘 아침엔 요란한 빗소리에 평소 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장마가 시작되어 굵은 소나기가 내는 소리에 들로 나가는

내 발길도 오늘은 집에 묶여 있다.
오랫만에 컴퓨터를 켜니 친구들의 격려 메일이 산 더미처럼 쌓였다.

무심한 사람을 친구라고 잊지않고 있는 친구들이 고맙고

농촌생활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친구들아!

밖에 들리는 저 소나기 소리는 내가 친구들에게
안부 전하는 소리이니 즐겁게 들어 보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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