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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출간한 정수복 박사

바람아님 2016. 5. 8. 11:22

“문화중심 사회운동이 한국사회 바꿀 것”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출간한 정수복 박사 


(출처-조선일보 2007.08.02 / 문화 A25 면/ 이한우기자)


2007년 한국인을 문화이론적 시각에서 종횡으로 

‘단층촬영’한 문제작이 출간됐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사회학박사를 받고 1989년 귀국해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다시 프랑스로 가서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초청연구원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정수복 박사(53). 
1922년 이광수가 ‘민족개조론’을 낸 이후 한국인론, 한국사회론은 늘 격렬한 논쟁을 
촉발하는 강한 인화성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정수복 박사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 나무)이 어떤 수준과 
성격의 논쟁을 유발하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책 출간에 맞춰 잠시 귀국한 정수복 박사는 
“한국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근대성을 접목하기 위해 그동안 공부하고 
실천했는데 오히려 5년 가까이 프랑스에 체류하다 보니 그전에는 몰랐던 
우리 사회 혹은 한국 사람에 대해 눈을 뜨게 돼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은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시작됐다. 
소위 ‘87년 체제’의 등장과 함께 민주화가 진행됐고 그 자신도 시민운동에 뛰어들어 
그 한복판에 있었다. 
짧지만 방송의 대담프로와 시사프로도 진행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벽에 맞닥뜨렸다고 느낀 그는 2002년 다시 
프랑스행을 결심했다.

“근대국가를 세우고 전쟁,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등의 단계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는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먼저 현세적 물질주의, 감정우선주의, 가족주의, 연고주의, 권위주의, 
갈등회피주의라는 6가지 근본적 문법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어 파생적 문법으로는 감상적 민족주의, 국가중심주의, 속도지상주의, 
근거없는 낙관주의, 수단방법중심주의, 이중규범주의 6가지에 주목했습니다.” 

이들 6가지 근본적 문법과 6가지 파생적 문법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서로 뒤엉키면서 한국인의 자화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정박사의 진단이다. 
좌파건 우파건 한국인이라면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세대 못지않은 좌파들의 강한 위계질서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정 박사는 “예전에는 사회적 이상을 통해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된 원인, 즉 종교의 문제를 파고들어야 해결방향도 잡을 수 있습니다”면서 
특히 한국사회는 무교(巫敎)와 유교(儒敎)의 결합체라고 분석했다. 
그의 이 같은 문화적 문법론은 북한사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사회주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완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스탈린주의 모델 밑에 가려져 있는 
‘무교-유교 결합체’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12개로 정리한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은 일견 부정적으로 읽힌다. 그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 박사는 긍정 부정의 문제보다 그런 문법들에 담겨 있는 ‘억압성’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그는 개인의 해방, 개인주의의 정립을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으로 제시한다. 
“개인주의=자기만의 이익 추구=무질서=무정부주의=혼란=난장판의 등식이 자리잡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개인주의가 갖는 긍정적 의미와 해방적 에너지는 지속적으로 무시되고 억압당했습니다.”

결국 개인주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진정한 개인’의 출현이 관건인데 이게 쉽지 않다. 
“지금의 10대나 20대들이 그런 싹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소비하는 주체로서의 개인’을 넘어서야 합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릅니다. 젊은 세대에게 기대와 불안을 함께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정 박사는 ‘문화적 문법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 사회 등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 
정치중심의 사회운동은 문화중심의 사회운동으로 바뀌어야 하고 개인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가족관계의 민주화, 교실의 민주화, 대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역할 강화, 문학과 예술의 역할 강화, 
종교개혁과 종교단체의 민주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깊이 파고든 만큼 그 해결의 벽 또한 높아보인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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