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 이공계 교수들은 에너지부와 국립과학재단(NSF)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데, 에너지부 쪽을 선호한다. 에너지부는 기초과학을 집중 지원하므로 한번 선정되면 10년, 20년 장기간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NSF 자금은 5,6년까지 별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 성과 압박감이 크다고 한다. 정부 R&D 자금은 받기만 하면 그만인 눈먼 돈이 아니다. 미 정부의 R&D 프로젝트 관리는 그만큼 철저하다. 교수 1명이 맡은 프로젝트라면 3년에 한번 정도 점검한다. 하지만 지원규모가 큰 연구소의 경우 주마다 메일로, 매달 만나서 확인한다. 단지 감독하는 게 아니라 주 교수 같은 전문가가 문제점을 함께 협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는 R&D 투자에서 여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2000년대 이후 R&D 투자를 대폭 늘린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4.29%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R&D 투자액은 2008년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19조원에 육박했다. 그런데도 성과라고 변변히 내놓을 만한 게 없다. 서로 나눠먹기에 골몰하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었다. 그 돈을 한두 분야에 장기적으로 집중 투자했더라면 지금쯤 뭔가라도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았을까.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국가 R&D 혁신방안이 제시됐다. 정권 및 정부 정책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10년 이상 한 우물을 파도록 하겠다는 건 옳은 방향이다. 서울대 공대가 얼마 전 선보인 ‘한 우물 파서 홈런 치기’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공무원들의 자세다. 연구비 지원 후 미국처럼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아예 자신 없으면 “보고해라”, “자료 보내라”는 ‘갑질’이나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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