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회에 가면 한국 학생들은 조용히 있는 편이에요. 토론하는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거죠.”(A대 석사과정 연구원)
“연구실 막내이다 보니까 상명하복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어요.”(B대 박사과정 연구원)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가 “한국은 과학 연구의 필요성을 가슴으로 깨달으려 하기 보다는 돈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며 한국 과학계에 일침을 놨다.
네이처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세계 1위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이유를 분석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먼저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 비해 논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2014년 GDP 대비 R&D 예산 비중은 4.29%로 세계 1위지만 발표한 논문 수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인 스페인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논문 수에는 못 미쳤다.
R&D 투자 대부분이 삼성, LG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에서 나온 점을 원인으로 짚었다. 산업계의 투자는 응용 분야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특허 출원이 많더라도 기초과학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R&D 투자의 75%는 기업에서 나왔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9단의 바둑 대결 직후 대통령이 나서서 인공지능에 202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을 들며 “단일 사례만으로 ‘인공지능이 미래’라며 투자를 늘리는 ‘주먹구구식 대응’을 펼쳤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조용하고 보수적인 문화도 한계점으로 꼽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연구실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인 연구자들은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이런 한계 때문에 한국의 많은 연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2011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과학자 중 70%가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남겠다고 했다”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2014년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투자 규모를 늘려도 연구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탓에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의지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네이처는 지난달 한국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열고 대학의 기초과학 예산을 2018년까지 1조5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정책을 언급하며 더 많은 예산이 기초과학 R&D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한국의 대표적 기초과학 연구 현장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꼽았다. 이곳에서 연구하는 ‘엑시온’(이론상 가장 작고 가벼운 입자)을 실제 발견한다면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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