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07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지난주에 누룩 이야기를 썼더니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글을 잘 봤다며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약속을 바로 잡았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에서 누룩을 연구하는 박사님과 만났다.
맛있는 술이 쫙 진열되어 있는 그 멋있는 공간은 막걸리와 누룩에 관해 이야기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박사님은 "핀란드에 막걸리 양조장을 설립할 생각 있으면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기술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원장님 말씀이 있었다"는 말을 꺼냈다.
우와! 지금까지 꿈만 꾸었던 일이 한 발짝 현실과 가까워진 것 같았다.
막걸리를 취미로 빚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양조장처럼 대규모로 한다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박사님의 말을 듣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큰 양조장보다 술을 빚는 식당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핀란드 사람들은 끼니마다 우유를 마시기 때문에
한국 음식과 함께 우유와 비슷한 외양의 막걸리를 대신 제공하는 것도 괜찮을 거야' 등등.
너무 달지 않고, 시큼한 요구르트 같은 막걸리는 어떨까.
막걸리가 요구르트보다 유산균도 많고, 항암 효과도 있다는 등 홍보만 제대로 해서 건강에 좋은 술로 인식을 시켜주면
평소 술을 좋아하면서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핀란드인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다.
핀란드인은 음식에 국산 재료를 쓰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밀막걸리를 빚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핀란드에서는 기후 때문에 쌀을 재배할 수 없다. 주로 밀·보리·귀리·호밀만 재배한다.
밀로 빚은 막걸리는 누르스름한 색깔을 띠지만, 그 맛은 한국인들도 익숙하게 느낄 만한 것이다. 쌀이 귀했던 1964년,
쌀막걸리 빚는 것을 금지하는 양곡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밀로 막걸리를 빚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는 딸기나 블루베리 같은 과일이 풍부하다. 그런 과일을 이용한 막걸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계화란 결국 현지화이기도 한 것이니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제 나는 핀란드에 막걸리를 전도할 준비가 다 된 것 같다.
[일사일언] 핀란드에 막걸리 수출? 게시물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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