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번 최종안은 5년전 제외됐던 안과 완전히 달라"
논란을 거듭해온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21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지만 결정과정과 향후 안전성 등을 놓고 당분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5년 전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없다고 백지화한 신공항을 다시 추진한 정부에 대한비판이 나온다.
또 증가하는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다면 일부 전문가들의 제안대로 김해공항 확장을 일찌감치 결정지어 불필요한 지역 갈등과 소모전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2011년 발표한 연구용역 초기에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와 함께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후 최종 후보지 검토 과정에서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그때 제외됐던 김해공항 확장안이 다시 논의된 이유에 대해 용역업체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자체 연구에 따라 새로운 내용의 대안으로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11년 용역 때 제시된 확장안은 교차하는 형태로 기존 활주로를 연장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에 검토된 안은 활주로를 아예 1개 더 짓는 내용이어서 방법이 달라 새로 검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는 "이번에 제안한 활주로 건설 안은 6천100만명의 항공수요를 처리하는 터키 이스탄불 아타투르크공항에 적용한 것과 매우 유사해 충분한 용량을 확보할만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 영남권에서 김해공항 확장안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혼란이 크다는 지적에 서훈택 국토부 항공실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은 애초 35개의 최초 후보지에 포함됐고 중간보고회,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치면서 계속 논의됐기 때문에 지자체 역시 이 방안이 함께 검토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공항이 바람의 방향,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다는 것도 논란이다.
특히 24시간 운영이 어렵고 공항 주변에 사는 주민 소음 문제가 심각한 점은 계획대로 공항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 실장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활주로의 서쪽 40도 정도 방향으로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할 예정"이라며 "기존 활주로를 착륙 전용으로 활용하고 새 활주로를 이륙용으로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음 피해와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들에 협조를 구할 것이며, 24시간 운영은 바람직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어서 공항 자체의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심화한 지역 갈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작용해 조금이라도 안전한 '제3의 방안'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밀양과 가덕도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했을 때 탈락한 곳의 거센 여론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슈발리에는 용역 결과 발표에서 "신공항 후보지가 선정됐을 때 법적·정치적인 후폭풍도 고려했다"며 "의사결정 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지, 단계적인 프로젝트 이행이 가능한지, 프로젝트 중 정치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쉬움과 허탈감에 술렁이는 영남권 민심을 달래는 일은 정부의 남은 과제다.
영남권 지자체는 용역 결과에 대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일제히 유감을 표시했다. 일부는 신공항 추진을 계속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영남권 신공항 '제3의 선택'] 밀양 683점 vs 가덕도 635점..김해공항 확장은 818점
한국경제 2016.06.21. 17:37
영남권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 김해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방식으로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놓고 10년 넘게 이어온 신공항 논란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6월부터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사전타당성 연구 용역을 진행해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구용역 검토 최종보고회를 열고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장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기존에 나와 있던 가덕도와 밀양 중 한 곳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제로’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단계를 밟았다”며 “최초 35개 후보지 가운데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그리고 김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로 압축해 연구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ADPi의 평가 기준은 크게 ‘운영상 고려사항’(항공교통 관제, 장애물 등), ‘전략적 고려사항’(접근성), ‘사회·경제학적인 고려사항’(소음, 환경문제, 비용 등) 등 세 가지였다. ADPi는 각각의 고려사항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분석한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A는 접근 가능성 등 전략적인 요소에 가중치를 뒀고, 시나리오B는 소음·환경보호 등 생태적인 요소를 중시했다. 시나리오C는 프로젝트 완료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일본 간사이공항 등 기존 공항건설 과정을 참조한 ‘레퍼런스 시나리오’(총점)에서도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김해공항은 접근 가능성 측면에서 828점(밀양 701, 가덕도 617점), 소음·환경 점수는 817점(밀양 640, 가덕도 678점), 완료 가능성에서는 832점(밀양 667, 가덕도 591점)을 얻었다. 총점으로는 김해공항이 818점, 밀양이 683점, 가덕도가 635점이었다.
ADPi는 신공항 후보지 선정 작업에 ‘정치적인 후폭풍’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수행 중 정치적인 이유로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단계적인 프로젝트 이행이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공항의 연간 승객 수요는 국제선 2800만명, 국내선 1200만명 등 총 4000만명으로 예상됐다. 화물 예상 수요는 연간 36만t이었다.
슈발리에 수석엔지니어는 “연 4000만명의 승객을 수용하려면 지형적 요소를 고려한 근접병행 활주로가 두 개는 있어야 하고 총면적이 4.4㎞×2㎞ 규격의 직사각형 모양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종 결론으로 “가덕도는 자연적인 공항의 입지로 부적합한 데다 비용이 많이 들며 건설이 어렵고, 밀양은 지형적인 문제와 소음·환경문제가 있었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종합한 결과 ADPi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용역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지닌 용역기관이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제반 요소를 종합해 내린 합리적 결론”이라며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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