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렇게 거침없이 도약하는 동안 한국은 시간과 기회를 허비했다. 경기도 화성이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유치하려다 무산됐고 인천 청라국제도시, 김해 글로벌테마파크, 춘천 글로벌아일랜드도 줄줄이 무산됐다.
2001년 상하이를 방문한 김정일은 “천지개벽(天地開闢)”이란 탄성을 토해냈다. 이제 한국 지도자들이 상하이의 천지개벽을 직시하고 통렬하게 자성할 차례다.
테마파크 사례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는 체념과 냉소가 팽배해 있다. 한숨과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니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땅에 비유하자면 지력(地力)이 떨어져 생산성이 낮아진 농토다. 이런 땅에서 다산(多産)을 기대할 수 없으니 최악의 출산율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예로부터 지혜로운 농부들은 척박한(sterile) 땅을 다시 비옥한(fertile) 땅으로 바꾸는 법을 알고 있었다. 객토(客土) 작업이 답이다. 농부들은 늦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에 객토 작업에 열중했다. 풍부한 영양물질을 함유한 황토나 하천 충적토(沖積土)를 논에 뿌려 소출(所出) 증대를 도모했다. 땅을 깊게 갈고 낙엽·볏짚·두엄을 넣어 지력을 증진시켰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객토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부패 척결과 기득권 개혁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 법을 해석하는 판검사의 부패부터 엄단해야 한다.
둘째, 신뢰의 리더십을 되살리자. 지금처럼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불신이 만연해서야 될 일도 그르친다.
셋째, 낡은 헌법을 고쳐 사회계약서를 다시 쓰자.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사회 변화와 미래 비전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넷째, 사회 통합을 위해 빈부 격차를 줄이자. 중산층의 빈곤층 전락을 막아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진다.
다섯째, 교류 협력을 통한 남북 화해를 적극 추진하자.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자원·노동력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자.
여섯째, 개방성을 확대하자. 중국인 관광객(유커)뿐 아니라 인도의 정보기술(IT) 인재가 몰려오도록 매력적인 국가를 만들자.
48년 8월 15일생인 대한민국은 겨우 68세인데 조로(早老) 현상이 심각하다. 사회적 객토 작업으로 ‘헬 조선’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기회의 시간이 안타깝게 흘러간다.
장 세 정
지역뉴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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