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폐쇄화(閉鎖花)였다. 꽃받침이나 꽃잎이 열리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꽃가루받이와 수정을 해서 씨앗을 만드는 게 폐쇄화란다. 건강한 후손을 보려면 다른 개체로부터 꽃가루를 받아들여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혼자서 끙끙거리며 씨앗을 만들어내는 데는 속사정이 있을 법도 하다.
폐쇄화는 제비꽃·괭이밥 같은 종류 외에도 다양한 식물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보통 건조하거나 온도가 낮을 때, 빛이 부족할 때 폐쇄화로 씨앗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쇄화는 식물이 악조건 속에서도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고안한 방법인 셈이다.
제비꽃이 번식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또 있다. 씨앗을 싸고 있는 꼬투리가 익으면 세 조각으로 벌어지고, 씨앗은 멀리 튕겨 나간다. 씨앗에는 ‘엘라이오솜’이란 게 붙어 있다. 단백질과 지방 덩어리다. 개미가 제비꽃 씨앗을 물어다가 개미 유충에게 주면, 유충은 엘라이오솜만 먹고 씨앗을 남긴다. 개미가 남은 씨앗을 개미집 밖에 내다버리면 씨앗은 멀리 퍼진다. 개미와 제비꽃은 이렇게 공생한다.
2011년 브라질에서는 제 스스로 씨앗을 땅에 심는 식물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스피겔리아 제누플렉사란 이름의 이 식물은 키가 2.5㎝에 불과한데, 씨앗이 맺히면 가지를 조심스럽게 땅 위로 내려 부드러운 이끼 속에 씨앗을 묻어둔다.
이 같은 식물의 노력은 저출산과 아동학대로 고민하는 우리 사회와 묘하게 대비된다. 제비꽃의 다른 이름은 ‘오랑캐꽃’이지만 애틋한 자식 사랑만큼은 오랑캐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