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28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람은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로 시작하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유명한 시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어리 하나가 바닷물에 씻겨나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진다."
거의 400년 전 시인의 예감대로 유럽 대륙에서 흙덩어리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도대체 영국인들은 어쩌자고 브렉시트를 감행한 것일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신고립주의의 서곡이라며 설레발이 요란하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신고립주의의 서곡이라며 설레발이 요란하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영국의 뒤를 잇지 않을까 유럽 대륙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러다 자칫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진짜 불상사가 일어나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로 출범한 유럽연합은 2013년 크로아티아의 합류로 28국으로 확장됐으나
몇 차례 탈퇴의 아픔도 겪었다. 알제리와 그린란드가 각각 1962년과 1985년에 탈퇴했으며, 2015년 가까스로
'그렉시트(그리스의 탈퇴)' 위기를 모면하고 미처 숨을 돌리기도 전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존 던이 선택한 시어 '흙덩어리(clod)'는 종종 '돌대가리'라는 뜻으로도 쓰는 단어다.
존 던이 선택한 시어 '흙덩어리(clod)'는 종종 '돌대가리'라는 뜻으로도 쓰는 단어다.
영국 경제의 미래는 당분간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국이 고립을 자초한 게 아니라 독립을 선언한 것이라 믿고 싶다. 독립과 고립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 정부는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걱정하지만, 부담은 우리보다 영국 정부가 더 클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 했다. 이참에 우리에게 더 유리한 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자.
졸지에 까칠한 아웃사이더를 곁에 두고 살아야 하는 유럽연합에도 적당한 긴장감이 독이 아니라 득이 될지도 모른다.
세상천지에 연합만큼 어려운 게 또 어디 있으랴마는 홀로서기도 그 못지않다.
그러지 않아도 유럽연합의 무게를 거의 홀로 떠받치고 있는 독일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켜준다면 영국도 노력할 것이다.
섬도 물밑에서는 뭍에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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