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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71] 견공 집안

바람아님 2016. 6. 14. 08:53

(출처-조선일보 2016.06.14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아들 녀석 요청으로 닥스훈트를 기르기 전까지는 셰퍼드가 정상적인 개로 보였다. 
그레이하운드도 우아해 보였다. 
그러나 짧디짧은 다리에 허리가 긴 닥스훈트를 10년이 넘도록 기르다 보니 다른 개는 
이제 모두 다리가 너무 길어 애처로워 보인다. 
몸의 무게중심이 너무 높아 자칫 넘어질까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내가 사람이 좀 간사한가 보다.

개처럼 생김이 각양각색인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키가 채 한 뼘도 안 되는 치와와에서 두 발로 곧추서면 웬만한 어른 키를 훌쩍 넘는 그레이트데인까지, 
그리고 코가 얼굴에 파묻혀 나부랑납작한 퍼그부터 코가 너무 길어 늘 슬퍼 보이는 보르조이나 아프간하운드까지 
정말 다양하다. 이 모든 품종이 다 늑대에게서 진화한 한 종이라고 설명하면 머리를 긁적이는 분이 종종 있다. 
한 종에 속하는 개체는 서로 교배가 가능해야 한다는데 페키니즈와 세인트 버나드가 어떻게 짝짓기를 하겠느냐며 
윽박지르는 분도 있다.

최근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이 모든 견공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가문의 후손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진화유전학자 로랑 프란츠와 그의 동료들은 아일랜드의 무덤에서 발굴한 4800년 전 개의 유전체를 분석해 
다른 개 605마리의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현재 우리가 기르는 개들은 동아시아와 유럽에 살던 서로 다른 늑대 집단에서 
독립적으로 가축화한 다음 훗날 다시 뒤섞인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동아시아 개들이 인간을 따라 서진(西進)해 
피를  섞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또 개가 늑대로부터 분화한 시점이 2만~6만여 년 전이라고 추정하며 
우리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며 개를 기르게 됐다는 가설도 일축해버렸다.

하지만 이 연구로 인간과 개의 동거 역사 전모가 밝혀진 것은 결코 아니다. 
마당에 고양이가 들어왔는지 우리 닥스훈트들이 시끌벅적 짖어대기 시작한다. 
개의 기원 연구도 한동안 시끌시끌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