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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사람마다 세상 보는 기준 달라… 답은 하나일 수 없어요

바람아님 2016. 7. 1. 13:33

(출처-조선일보 2016.04.28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채석용 대전대 교수·철학)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주의']
사람,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만 해… 무조건적인 답 있을 수 없어
절대적인 진리 믿었던 소크라테스… 상대주의자 궤변가라 비판하기도

얼마 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죠? 
유세 기간에 각 후보는 자신들의 정책이 더 좋다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어요. 
그 결과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이 뽑혔죠. 이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를 이끌어갈 거예요.

만약 정치인들이 한 가지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상대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꽉 막힌 입장을 취한다면 싸움이 끊이지 
않을 거예요. 오늘은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주의(相對主義) 철학을 소개할게요.

세상의 기준은 모두 상대적이래요

유명한 변호사이기도 했던 프로타고라스는 변호술 학원을 운영했어요. 
프로타고라스는 수강생들을 모으기 위해 이런 광고를 냈다고 전해져요. 
'우리 학원에서 배우기만 하면 반드시 재판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일단 학원에 등록하고, 첫 재판에서 이기게 되면 그때 가서 수강료를 내세요!'
[철학이야기] 사람마다 세상 보는 기준 달라… 답은 하나일 수 없어요
/그림=정서용
그런데 한 학생이 수강료를 내지 않기 위해 첫 재판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어요. 
프로타고라스는 수강생에게 수강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걸었지요. 
결국 제자와 스승이 법정에서 만나게 됐죠. 프로타고라스는 이렇게 주장했어요.

"수강생은 반드시 내게 수업료를 낼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재판에서 내가 이기면 당연히 수강생은 내게 수업료를 내야 한다. 
반대로 내가 지고 수강생이 이기게 되면 첫 재판에서 이길 경우 수업료를 내야 한다는 약속에 따라 
수강생은 내게 수업료를 내야 한다. 
결국 내가 이기든 수강생이 이기든 수강생은 반드시 내게 수업료를 내야만 한다."

어때요? 역시 유명한 변호사답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죠? 
그러나 제자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어요. 
"저는 어떤 경우에도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수강료 지불에 대한 이 재판에서 제가 이기면, 당연히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죠. 
반대로 제가 재판에서 지면, 첫 재판에서 이길 경우에만 수업료를 내야 한다는 약속에 따라 
저는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게 됩니다. 
결국 저는 어떤 경우에도 수강료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토끼일까요? 오리일까요?

 토끼일까요? 오리일까요? -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토끼로도 오리로도 보이는 

애매한 도형을 보면서 사색하기를 즐겼어요. 

여러분은 오리-토끼 그림(Duck-Rabbit Illusion)이 토끼로 보이나요? 

오리로 보이나요? 

/위키디피아


당시 재판관은 무척 골치가 아팠을 거예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판결을 하시겠어요? 

프로타고라스의 말을 들으면 그의 말이 옳은 것 같지만 수강생의 말을 들으면 또 그의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하죠. 

상대주의에 따르면 세상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진실이나 진리는 없어요. 

프로타고라스나 제자처럼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내세울 뿐이지요. 

프로타고라스는 자신과 제자가 서로의 입장에서 유리한 주장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는 제자와의 법정 다툼에서도 세상에 절대적인 진실은 없다는 상대주의를 다시 한번 느꼈을 거예요.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어요. 

여기서 '인간'이란 개별적인 개인들을 말해요. 

즉, 이 말은 "사람마다 제각기 자기 기준대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의미지요.

현대사회에는 상대주의도 필요해요

상대주의의 반대편은 절대주의(絶對主義·세상 사람 어느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진실이나 진리가 있다는 생각)예요.

소크라테스가 바로 절대주의의 대표자지요. 

절대주의자들은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주의 사상을 따르면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소크라테스는 당시 프로타고라스를 비롯한 상대주의자들을 궤변(詭辯·남을 속이는 그럴듯한 말)이나 일삼는 

소피스트(sophist·궤변가)라고 비판했지요.

그러나 절대주의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절대적인 진리라고 내세웠던 것이 나중에 거짓이라고 밝혀진 사례는 

수없이 많아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天動說)을 진리로 믿었지만, 

이는 거짓이었죠. 지진은 땅 밑에 있는 거북이가 일으키는 것이라고 믿은 적도 있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었고요.

절대주의는 잘못된 생각을 고치려 하지 않는 오류를 낳기도 한답니다. 

이럴 때는 상대주의적인 입장에 따라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절대적 진리가 연구 끝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보다 상대의 생각이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상대가 틀리다고 몰아붙이는 태도를 버리고, 상대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보세요. 

늘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