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주리론']
착한 마음·욕심 가득 찬 마음 공존… 주도권 차지하려 갈등 겪게 돼
고민의 순간에 바른 선택 하려면 '이(理)'가 말하는 도덕·과학 원리 실천하는 경험 쌓아야 해요
늦잠을 자면 이부자리에서 꾸물대는 일이 생겨요. 부모님께서 화가 나시면 이런 꾸중을 듣게 되지요. "너 지금 일어나야 하는 거 알아, 몰라?"
어린이들은 이렇게 대답해요. "알아요. 그런데 저도 제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요."
세상에는 꼭 해야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일이 참 많아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양보하기, 어른들 질문에 공손히 대답하기,
동생들 보살피기 같은 좋은 일들이 특히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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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정서용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고, 지각하지 않아 학교생활이 더욱 즐거워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나 가끔 우리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될 때가 있죠.
이에 대해 조선 시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 선생은 우리가 가진 비밀이 하나 있다고 했어요.
이황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 안에는 착한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좋은 선생님이 살고 있다고 해요.
학교에서 생활할 때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마음속 선생님의 엄격한 말씀을 듣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이고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된다는 거지요.
오늘은 퇴계 이황이 주장했던 우리 마음의 비밀에 대해 알아볼까요?
◇마음속 선생님은 과학과 도덕 전문가래요
이황은 우리 마음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른 마음과 욕심이 가득한 마음이지요.
두 가지 마음이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바른 마음이 이길 경우 우리는 올바른 행동을 하게 돼요.
반대로 욕심이 이길 경우 우리는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지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아침 기상 시간에 늦게 일어났다면, 욕심 가득한 마음이 이긴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마음속 선생님의 말을 따르게 되면 늘 착한 마음이 욕심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이황의 생각이었어요.
이황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계신 선생님을 '이(理)'라고 표현했어요. '이(理)'는 원리(原理)를 뜻해요.
이황은 '이(理)'가 과학 원리(原理)와 의무 원리(原理)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어요.
과학적 원리란 '배는 물 위에 뜬다'는 말처럼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치이고,
의무적 원리는 '배는 산이 아니라 물 위에 띄워야 한다'는 말처럼 사회적으로 약속된 이치랍니다.
배는 물 위에 뜨는 것이면서 동시에 물 위에만 띄워야 하는 것이니까 둘 다 맞는 말이지요.
이처럼 이황은 과학적 원리와 의무적 원리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우리에게 가르침을 베푸는 선생님인 '이'는 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옳은 말을 한다는 거예요.
마음속 선생님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어린이는 건강하게 생활한다'는 과학적 원리와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의무적 원리를 동시에 말한다고 이황은 이야기해요.
이렇게 늘 마음속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하는 준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늦잠을 자지 않을 수 있답니다.
◇이황 사상, 조선 성리학과 일본에도 영향 줘요
이황은 '이'를 마음의 주인으로 중요시했기 때문에 그의 이론을 주리론(主理論)이라고 불러요.
이황은 주리론을 펼치며 마음속 도덕과 윤리를 바로 세워야 현실 속 경제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선 사회의 윤리 의식과 도덕규범을 바로잡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답니다.
유성룡 등 많은 후대 학자가 이황의 생각을 이어받아 '영남학파'를 이루었어요.
주리론은 우리나라 유학뿐 아니라 일본 성리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지요.
우리 마음속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마음의 공부를 해야 해요. 마음의 공부는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조용한 방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오늘 학교에서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되돌아보아요.
어머니의 일손을 거들기 위해 식탁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정리해보았나요?
만약 놀고 싶은 욕심에 어머니를 돕지 않았다면 반성해야 해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마음속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작은 실천을 쌓아가세요.
그러다 보면 문득 마음속 선생님이 '참 잘했어요' 하고 뿌듯한 칭찬을 해줄 거예요.
이황은 마음공부와 함께 과학적 원리에 대한 지식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했어요.
마음속 선생님인 '이' 속에는 과학 원리와 의무 원리가 합쳐져 있으니까요.
지식 공부와 마음공부를 하면 마음속 선생님이 언제나 우리를 옳은 길로 인도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