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12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달력을 보니 곧 초복이란다. 복날이면 다들 삼계탕을 찾는데, 나는 체력이 떨어지면
특별히 챙겨 먹는 음식이 따로 있다. 바로 추어탕이다.
추어탕을 먹기 시작한 지는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추어탕을 먹기 시작한 지는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미꾸라지'라는 희한하게 생긴 생선을 갈아서 만든 음식이 있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는데 친구들 중에
추어탕을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먹을 기회가 없었다. 8~9년 전쯤 아는 분이 밥을 먹자며 추어탕집에
데리고 갔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한국의 모든 음식을 한 번씩은 먹어보고 싶었기에 도전해봤다.
잔가시가 많으면 먹기가 불편할 것 같다는 꺼림칙한 마음을 안고서.
추어탕 두 개, 미꾸라지 튀김 하나를 주문했다. 부엌에서 기계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추어탕 두 개, 미꾸라지 튀김 하나를 주문했다. 부엌에서 기계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미꾸라지를 가는 소리였다. 10분 후에 주인아줌마가 펄펄 끓는 돌솥 뚝배기 두 개를 갖다 줬다.
진득해 보이는 국물에 들깻가루를 조금 더 넣었다. 탕을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는데 생선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부추와 쑥갓이 조금 들어가 있었고 그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한 숟갈 떠먹어보았다.
부드러운 수프 같았다. 향긋한 들깨 향이 났고 향신료 덕분인지 혀가 조금 아릿했다.
두려워했던 생선 가시는 없었다. 튀김도 바삭바삭하고 맛있었다.
그날의 추어탕 한 입에 미꾸라지 광팬이 되었다.
그때부터 다양한 추어탕을 먹어보았다.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식당은 국물이 맑고 초피 향이 강했고 어떤 식당은 콩 맛이 나는 뽀얀 국물 추어탕을 냈다.
매운맛은 전라도식이고, 경상도식은 그리 맵지 않다.
나는 들깻가루를 듬뿍 넣어서 밥을 말아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깍두기와 김치도 빠져서는 안 된다.
추어탕을 못 먹는 한국 사람도 꽤 있다.
복날 메뉴를 고를 때 아무거나 다 잘 먹는 내가 추어탕을 포기하고 다른 음식을 먹을 때가 많다.
닭발을 잘 먹는 한 친구는 추어탕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여름 목표는 그 친구가 미꾸라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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