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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꽃

바람아님 2016. 7. 14. 23:43






자귀나무 꽃 / 주응규 



산자락 야트막한 언덕 길섶에
초록이 피어나는
자귀나무 아가씨 연정(戀情)이
실밥같이 속속들이 풀려나   
고혹의 향기를 부챗살처럼 뻗치시네


임은 어디쯤 오시려나
설렘에 부풀어 오른 가슴은  
하늘 저편에 사리살짝 날아올라
가마득히 맴돌다 내려앉은
자귀나무 아가씨 두 볼우물에
연분홍 수줍음을 담으시네  


햇빛을 지르밟고 오실까
달빛을 지르밟고 오실까


여름날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산자락 야트막한 언덕 길섶에
자귀나무 아가씨가 임을 기다리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