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13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소화시평(小華詩評)
홍만종 지음|안대회 옮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575쪽|3만원
한국 문학사는 한글로만 이뤄지지 않았다.
조선시대 후기까지 한시(漢詩)는 한국 문학의 근간이었다.
조선시대 학자 홍만종(1643~1725)이 우리 한시의 대표작을 엄선해 짧은 비평을 단 적이 있다.
그가 1675년에 편찬한 비평집 '소화시평(小華詩評)'을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한글로 옮겼다.
'소화'는 중국을 뜻하는 중화(中華)에 버금갈 정도로 작은 중국이라는 자부심을 표현한 것.
이 책은 고려 태조 왕건의 시부터 평했다.
'龍城秋日晩/ 古戌寒烟生/ 萬里無金革/ 胡兒賀太平
(용성에 가을 해 저물어/ 옛 수자리에 찬 연기가 피어오르다/
만리 변방에 전투가 사라지니/ 오랑캐도 태평을 하례하도다.'
홍만종은 "무릇 제왕의 문장은 보통 사람의 문장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며
"의상과 격조가 호쾌하고 웅장하며, 음률이 조화롭고 시원하다"고 평했다.
홍만종은 고려의 시인 이규보의 시를 웅장하면서도 섬세하다고 풀이했다.
"백운거사의 시는 본디 대가(大家)로도 칭송되는데 교묘하기도 이와 같다.
크기로는 수미산(須彌山)이요 작기로는 겨자씨라고 이를 만하다"고 했다.
홍만종은 비평가로서 자의식이 강했다.
그가 살던 시대엔 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뜻의 '시화(詩話)'란 말이 성행했지만,
그는 굳이 시평(詩評)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시의 품격(品格)을 비평했다.
정약용이 아낀 책이고, 그가 유배 시절에 기른 제자들이 이 책을 필사한 것이 전해온다.
한문학의 고전이다 보니 필사본도 100종이나 된다.
안대회 교수는 그중 10종을 골라 비교하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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