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0.03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아메리카 vs 동아시아] 트럼프가 TV토론에서 졌다고?
평민의 나라를 지향하는 미국에 귀족적 정치계급 생겼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미국 국민이 트럼프 지지…
아웃사이더 대표하는 그가 이러다가 덜컥 당선이라도 되면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임할 것인가
지난 26일 미 대선 후보인 트럼프와 클린턴이 토론을 벌였다.
우리나라 언론은 대부분 미국 CNN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보도했다.
62대27로 클린턴의 압승이었다.
그런데 토론회가 끝나고 약 12시간이 흐른 시점에 미국의 주요 인터넷 여론조사들은 클린턴이 아니라
트럼프의 압승을 보도하고 있었다. 무려 150만명 이상이 참여한 타임 여론조사는 52대46,
CNBC는 67대33, 보수 성향인 브라이트바트(Breitbart)는 76대24로 모두 트럼프의 승리를 선언했다.
CNN 여론조사는 불과 521명의, 그것도 사전에 '조작'된 인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대선 토론회에서 누가 승리했는가를 알기 위해 전문가·지식인들의 견해를 묻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대선 토론회에서 누가 승리했는가를 알기 위해 전문가·지식인들의 견해를 묻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두 후보는 누가 더 지식이 뛰어난가, 누가 더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가를 두고 경쟁하지 않았다.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전 하원의장 등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인사들은
그날 트럼프가 클린턴의 지속적인 거짓말과 약 올림에도 놀라울 정도로 예의 바름(decent), 절제(temper),
자제력(restraint)을 과시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토론회를 본 8000만명에 이르는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그동안 미국 언론들이 집요하게 강조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가 미친 인간(lunatic)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클린턴은 식자(識者)들이 보고 듣기에 그럴듯한 토론을 진행했지만, 트럼프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클린턴은 식자(識者)들이 보고 듣기에 그럴듯한 토론을 진행했지만, 트럼프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토론을 전개했다.
현재 미국 백인의 불과 3분의 1이 대학을 졸업했을 뿐이며, 나머지는 고졸 혹은 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복잡한 자유주의 경제 논리보다는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멕시코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 버렸고, 그 일자리를
지켜야 할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클린턴이었다는 트럼프의 공격을 훨씬 쉽게 알아듣고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맹국이고 미국과 정치·경제·문화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된 나라니까 미국 선거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맹국이고 미국과 정치·경제·문화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된 나라니까 미국 선거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며 좋은 일이기도하다. 그러나 미국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목적은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을 때,
우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과 식자층은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편들고
있다. 다른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를 두들겨 패기에도 바쁘다. 우리 국민이 투표하는 것도 아닌데
미국의 선거에 어느 한 편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것은 올바르지도 전략적이지도 않다.
미국 국민은 이번 선거를 기성 정치세력(Establishment 혹은 Insider) 대 외부세력(Outsider)의 싸움으로 본다.
미국 국민은 이번 선거를 기성 정치세력(Establishment 혹은 Insider) 대 외부세력(Outsider)의 싸움으로 본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평민의 나라를 지향하며 건국된 미국에 귀족적 정치계급이 생겼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 '분노'를 잘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는 아웃사이더를 대표하는 인물인 반면 클린턴은 인사이더의 표상이다.
어떤 선거라도 가장 중요한 이슈는 변화(change)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트럼프가 선전하는 것이다.
이러다가 덜컥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에 어떤 전략을 갖고 임할 것인가?
이러다가 덜컥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에 어떤 전략을 갖고 임할 것인가?
게다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트럼프 현상은 이미 미국 정치에 되돌릴 수 없는
충격과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택한 미국과 대국굴기를 선언한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지를 모색하는 '아메리카 vs 동아시아'를 새로 연재합니다. 집필은 이춘근 연구위원이 맡습니다. 연세대 정외과 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연구실장 |
<< 필자의 저서 소게 >> 이춘근 지음/ 백년동안/ 2014/ 163p/ 도서관 정보 : 349.1-ㅇ917ㄱ / [강서]종합실 이춘근 지음/ 김앤김북스/ 2016.05.27/ 432p 도서관정보 : 349-ㅇ917ㅁ/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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