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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조금 특별한 결혼생활, 남보다는 가깝고 부부보단 먼 '공생결혼'

바람아님 2016. 10. 13. 23:47

세계일보 2016-10-12 15:00:00
공생결혼은 남보다는 가깝고 부부보단 먼 개념이다. (사진= 셰어하우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 셰어하우스의 연인)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8세~34세 미혼 남녀 5276명(남성 2706명·여성 2570명)을 대상으로 ‘출생동향 기본조사’를 벌인 결과 남성 86%, 여성 89%가 “결혼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한 반면 남성의 70%, 여성의 59%가 “교제 상대가 없다”고 응답했으며 성경험이 없는 남성은 42%, 여성은 44.2%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결혼할 의사는 있지만 이성과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출산에 대한 의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냈다.

이런 가운데 결혼 후 부부가되어 한집에 살지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감정으로, 꼭 필요한 교류만을 하며 함께 생활하는 이들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공생결혼’ 중인 사람들이다.

공생결혼
일본 내에서도 생소한 공생결혼을 취재한 올어바웃 가메야마 사나에 기자에 따르면 그들이 말하는 결혼은 두 사람이 가진 것들을 함께 공유하며 부부의 모습으로 살지만 대화도 부부로서의 감정도 심지어 식사조차 함께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쇼윈도 부부‘나 ’하우스메이트‘를 떠올릴 수 있지만, 남도 아니고 친구나 연인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의미로 실로 애매한 개념이다.

공생결혼 중인 부부
아즈미 씨(36·가명)은 몇 개월 사귀지 않은 지금 남편과 결혼한 후 4년간 한집에 살고 있지만 지금껏 관계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생활패턴이 달라 서로 함께할 시간이 부족한 이들은 방을 따로 사용하며 각자 맡은 가사를 분담하고 꼭 필요한 대화는 벽 너머로 한다.

하지만 사이는 나쁘지 않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이 도시락을 준비하면 아즈미 씨는 남편을 위해 저녁상을 준비해 두고, 남편은 부모의 생일과 기념일에 선물을 보내는가 하면 연말에는 아즈미 씨와 처가로 내려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아즈미 씨는 "일하고 있어서 남편 신경 쓸 겨를이 없을뿐더러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싱글 때처럼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나 시간을 보내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도 원한 것"이라고 했다.
공생결혼에서 상대는 '옆에 있는 사람' 정도로 평가된다.
공생결혼은 이상적인 결혼 모습
이런 공생결혼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진학으로 도시로 상경한 에미코 씨(33·가명)는 함께 생활하며 생기는 마찰과 번거로움보다 '혼자는 외롭다'는 생각에 (공생)결혼을 선택했다.

에미코 씨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틀로 봐도 문제가 없고 부모도 안심시킬 수 있다"며 "남편과의 사이는 남보다 조금 나은 정도지만 서로의 삶을 무너트리지 않아서 좋고, 두 사람 모두 자신과 친구 그리고 일을 소중히 하며 1년에 한 번 함께 여행을 떠나는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관계에서도 "아이를 원하지 않고 관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며 "마치 혼자 생활하는 것처럼 지내다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면 벽 너머에 있는 배우자와 상의할 수 있어서 이상적인 결혼생활"이라고 덧붙였다. 에미코 씨의 남편 역시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혼자라는 사실이 싫어 함께할 뿐이다.그들은 결혼을 연기(演技)하고 있다.
가메야마 사나에(가운데)
공생결혼에 사랑은 없다

가메야마 기자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결혼으로 배우자에게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고 싶지 않지만 혼자 살아가기 두려운 사람들이 해결책으로 공생결혼을 선택했다"며 "기존 부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지만 그들은 이런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롭다는 생각과 개인주의 그리고 상대에 대한 헌신 등 결혼생활에서 오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결혼이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생결혼은 어쩌면 각박한 사회가 만들어낸 부작용은 아닐지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