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5] 에드워드 루샤, '실제 크기'

바람아님 2013. 8. 4. 07:08

(출처-조선일보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대량의 수신인에게 무차별로 살포된 광고 메시지는 쓰레기, 즉 '정크 메일(junk mail)'로 분류되어 자동 삭제된다. 
'정크 메일'과 같은 말이 '스팸 메일(spam mail)'이다. 결국 '쓰레기'와 동일시되어버린 '스팸'은 미국 호멜사(社)에서 
제조한 햄 통조림. 
우리나라에서는 명절 선물 세트로 각광받건만, 정작 원산지 미국에서는 정크 푸드의 대명사로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

미국의 팝아트 작가 에드워드 루샤(Edward Ruscha·1937~)의 1962년작 '실제 크기(Actual Size)'〈사진〉는 가로·세로 
길이가 모두 2m에 가까운 큰 그림이다. 
텅 빈 캔버스의 한가운데에 '실제 크기'로 정교하게 그려진 스팸 깡통이 노란 불꽃을 분사하며 혜성같이 날아든다. 
그 상단에는 다시 한 번 낯익은 색감과 익숙한 글자체로 '스팸(SPAM)'이라고 적혀 있다.


루샤는 이처럼 대중적인 상품 로고들을 작품에 즐겨 활용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는 부당한 취급을 받을지언정 소중한 음식인 스팸에 대한 연민이라든가 대량생산된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냉소처럼 흔히 우리가 미술품에서 기대할 만한 개인적인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루샤는 그저 '스팸'이라는 단어와 그 상품을 무척 진지하게 묘사했을 뿐이다.

작품을 접한 관객은 '싸구려 음식'과 '진지한 미술' 사이의 괴리에서 당황하게 된다. 
상단의 '스팸'이라는 글자는 비현실적으로 확대돼 본래의 의미가 희석되고 마치 처음 듣는 단어처럼 생경한 반면, 
하단의 사실적인 그림은 다시 그 단어를 평범한 생활 속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처럼 '미술'과 '일상'의 경계선을 파고드는 것이 루샤 작품의 특징이다. 
덕수궁 미술관의 전시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에서 루샤가 이 작품 제작의 사전 작업으로 촬영한 
흑백 사진 '스팸'을 만날 수 있다.



 팝 트[ Pop Art ] ?

   

파퓰러 아트 (Popular Art, 대중예술)를 줄인 말로서,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미술의 한 경향을 

가리킨다. 그 발단은 매스 미디어에 주목한 1950년 초의 리차드 해밀튼 등의 영국작가였으나, 

반예술적인 지향(志向) 밑에 신문의 만화, 상업디자인, 영화의 스틸(still), TV 등, 대중사회에 있어서 

매스 미디어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주제 삼은 것은 뉴욕의 팝 아티스트들이다. 자스퍼 존스, 

라우센버그(⇒네오 다다)를 선구자로 하고, 리히텐스타인, 워홀, 올덴버그, 로젠퀴스트, 웨세르만, 

시걸 등이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팝 아트는 서브 컬처나 풍속에 접점(接點)을 구한 

1960년대 미술의 큰 물결 중 하나로, 미국 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더욱이 세계적으로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