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은 청와대에 가지 못했다. 최순실과 문고리 일당은 그를 차단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한다. “세현이가 내게 ‘고모는 왜 나를 안 부르지’ 하고 물어봐서, ‘고모가 바빠서 그래’라고 궁색하게 넘겼는데.” 그의 말에 비애가 젖어 있었다. 세현은 박지만의 장남이다. 박 대통령은 2005년(당 대표 시절) 이런 감상을 토로했다. “동생 지만이가 아이(세현)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순간 너무 큰 기쁨에 말문이 막혔다. 벅찬 감동을 느꼈다. 우리 가족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박지만(EG 회장)·서향희(변호사) 부부는 아들 넷을 뒀다. 한 살배기 쌍둥이도 있다.
박 대통령의 사과문(4일)에 이런 대목이 있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발언의 반응은 냉소다. 민족중흥회 출신 김인주씨는 “형제애를 거부하니, 그 업보로 최순실이 비선 실세로 설쳐대지 않았느냐. 설날, 추석에 박 대통령이 쌍둥이 조카를 안고 있었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게 보였을까”라고 했다.
박지만은 “누나가 나를 안 부르겠지만, 불러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비감(悲感)에 애정이 담겼다. “그래도 누나가 잘돼야 하는데… 아버지도 거기에 영향을 받는데….” 그의 근심은 이젠 잔인한 현실이다. ‘2017년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계획은 흔들린다. 사태는 엄혹하다. 그가 품었던 원망과 비애조차 사치스럽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계속 폭로된다. 대통령은 경멸과 야유의 대상이다. 하야, 탄핵의 외침이 거리를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