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자기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그게 샤하나 베굼(42)의 확고한 판단이었다. 17년 전 사별하고 홀로 남은 그는 4남매를 보살피려면 엽총 하나쯤은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인도에서 여행자와 현지인을 가리지 않고 성범죄가 난무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샤자한푸르에 사는 샤하나는 ‘총을 든 아줌마’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직 쏜 적은 없다. 그가 총을 든 이유는 경찰이 보호해주지 않는 동네 여성들을 자신이 지켜주기 위해서다.
샤하나는 3년 전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는 이틀 동안 소녀를 가두고 성폭행한 세 남성을 붙잡았다. 경찰서로 끌고 간 샤하나는 범행을 주도한 남성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경찰관들 앞에서 말이다. 구석에 몰린 남성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는데, 그는 자신이 성폭행한 여성과 나중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남성은 현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안의 아들이라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샤하나가 나서지 않았다면 피해 여성은 평생 고통에 시달렸을 게 분명하다.
샤하나는 “총은 두 번째 남편이나 마찬가지”라며 “늘 지니고 다닌다”고 말했다. 어떤 남자도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그는 “사람들은 내가 총을 쏠 줄 안다는 것을 안다”면서 “엄마에게는 아이들을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에 처한 여성들은 샤하나를 인생의 상담사로 여겨 자주 찾는다. 그는 이따금 근처 동네의 복잡한 매듭까지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샤하나는 엽총 한 자루를 마련했다. 동네 근처에서 홀로 사격을 익힌 그는 “사람들이 수군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며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안 주민들은 차츰 날 이해했다”고 말했다.
엽총으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지만 샤하나는 아직 한 번도 총을 쏜 적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을 극단적인 위험에 처하게 하는 사람이 보인다면 어쩔 수 없이 발포한다는 게 샤하나의 생각이다.
인도 내에서도 인구밀도가 높은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당국에 따르면 2014년 약 3500건이었던 성범죄 발생 건수는 이듬해 9000여건을 기록, 1년 사이에 무려 16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하나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무척 슬프다”며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하며, 인간으로서 대우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여성 보호를 위해 싸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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