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유물부터 20세기 관음상까지..대만 고궁박물관 명품 131점 전시
최근 시진핑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고미술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다.
전통 한옥을 개조한 학고재갤러리가 대만 고궁박물관으로 깜짝 변신했다. 고궁박물관에서 봄 직한 중국 보물급 유물과 아주 정교한 세공기술을 보여주는 작은 공예품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6000여 년 전 신석기 시대 출토된 옥 제품부터 원나라 나한상과 청화백자, 20세기 관음상 등 총 131점이 나들이를 왔다. 구체적으로 도자기 33점, 옥 제품 28점, 금속 제품 13점, 문방구 및 기타공예품 57점이다.
대만에서 30년간 골동품을 연구하며 전시를 기획한 박외종 학고재갤러리 고문은 "중국은 역사가 깊고 나라가 커서인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모든 영역의 작품이 다 있다"고 말했다.
'함영저화(含英咀華) : 중국고문물특별전'이라는 전시명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중국 고문물의 숲속에서 꽃봉우리를 입에 물고 꿀샘에 고여 있는 꿀맛까지 맛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메이저 갤러리에서 중국 고미술 전시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한국에 있는 많은 중국 고미술 작품이 진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에는 대만에서 진위와 출처가 확실한 작품들만 모았다. 우리 문화와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중국 고미술을 바로 볼 때가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중국 고미술의 한국 시장 진출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정체돼 있는 한국 고미술 시장을 자극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옛것을 배우고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학고창신(學古創新)'에서 이름을 딴 학고재는 2010년과 지난해 전통과 현대를 묶어 그 연관성을 살피는 전시를 두 차례 개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옛 문물만으로 전시를 꾸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작은 기원전 2000년 전에 출토된 신석기시대 토기인 '채색 삼족 도격'. 다리가 세개인 이 토기는 네이멍구 지역에서 출토됐으며 기하학적 문양이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 현대 추상회화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현대적 미감을 보여준다.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작품은 6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홍산문화 옥인수패'.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아주 작은데도 사람 얼굴 모양이 또렷하다.
131점 중 가장 비싼 작품은 13~14세기 청화백자인 '신화고사 필산'으로 6억원대다. 7개의 산봉우리 앞에서 용과 싸우는 검사를 빚은 도자기로 붓을 올려놓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나한상'도 눈길을 끈다. 고행으로 몸이 야위어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지만 얼굴에는 평온한 미소가 가득하다. 남송시대와 원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피카소'로 통하는 제백석이 전각한 인장도 전시된다.
박 고문은 "한국 고미술시장이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좋은 미술품이 돌지 않아서 수집 의욕이 준 데다 가격도 하락해서 수집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중국만 하더라도 미술품 수집 인구가 1억명에 달한다. 본토뿐 아니라 홍콩과 대만,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1~20일. (02)720-1524~6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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