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6.12.05 03:03
생존엔 진실보단 평판이 더 중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생존엔 진실보단 평판이 더 중요
결정·행동이 옳은가 따지기보다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쪽으로 진화
'뇌는 판검사보단 변호사' 주장도 내가 나를 속일 수는 있으나 가짜 평판은 결국 관계 망가뜨려
남편의 무뚝뚝함에 대한 사연이다. '대학 동호회서 선후배로 만난 남편, 말수가 적어 답답했지만 전 그 모습이 진중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고 결혼해서 살다 보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현재 결혼 6년차, 그런데 여전히 제 남편은 무뚝뚝하고 대화가 되지 않으니 화병이 생기고 결혼이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결혼 생활을 어느 정도 한 이들에게 불쑥 배우자의 어떤 점이 좋아 결혼했느냐고 물으면 머뭇거리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반응은 부부 애정이 식어서만은 아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뇌(腦)가 느낌의 영향을 상당히 받기 때문이다. 논리보다 느낌의 영향이 크니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라고 할 때 즉각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사랑에 빠지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느낌이 지시하는 대로 먼저 결정하고, 이후에 뇌가 시간을 들여 그 결정을 합리화할 논리적인 설명을 이차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연으로 돌아가 보자. 아내의 마음엔, 경험 또는 교육 등에 의해 남자 선택에서 '믿음직스러움'이 중요한 요소였고 '말수가 적은 이미지'가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이 들어 결혼을 결정한다. 말수가 적어 답답한 것에 대해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스스로 설득한 것이 이차적인 합리화이다. 신뢰성이 배우자 결정에 중요한 요소인 점은 문제 될 것이 없으나 말수가 적은 이미지를 신뢰성과 연결한 마음의 결정 과정이 문제다. 사실 말수와 신뢰성은 연관이 없다. 수다스러워도 아내 마음을 잘 공감해준다면 신뢰감은 커진다. 말수가 적은 이미지에 마음이 속은 셈이다.
결혼 생활을 어느 정도 한 이들에게 불쑥 배우자의 어떤 점이 좋아 결혼했느냐고 물으면 머뭇거리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반응은 부부 애정이 식어서만은 아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뇌(腦)가 느낌의 영향을 상당히 받기 때문이다. 논리보다 느낌의 영향이 크니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라고 할 때 즉각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사랑에 빠지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느낌이 지시하는 대로 먼저 결정하고, 이후에 뇌가 시간을 들여 그 결정을 합리화할 논리적인 설명을 이차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연으로 돌아가 보자. 아내의 마음엔, 경험 또는 교육 등에 의해 남자 선택에서 '믿음직스러움'이 중요한 요소였고 '말수가 적은 이미지'가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이 들어 결혼을 결정한다. 말수가 적어 답답한 것에 대해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스스로 설득한 것이 이차적인 합리화이다. 신뢰성이 배우자 결정에 중요한 요소인 점은 문제 될 것이 없으나 말수가 적은 이미지를 신뢰성과 연결한 마음의 결정 과정이 문제다. 사실 말수와 신뢰성은 연관이 없다. 수다스러워도 아내 마음을 잘 공감해준다면 신뢰감은 커진다. 말수가 적은 이미지에 마음이 속은 셈이다.
이미지가 주는 느낌에 따라 빠르게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해선 생존을 위해 강화된 특징으로 설명한다. 사냥꾼은 쫓던 사슴이 숲으로 들어갔을 때 빠르게 결정해야 했다, 맹수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 멈출지, 아니면 추격을 계속할지. 시간 제한이 있는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느낌에 따른 빠른 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빠른 결정이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본능과 경험하면서 쌓인 인생 데이터베이스가 결합해 순식간에 움직여 논리가 아닌 느낌으로 답을 주는 것이다.
정치적 결정에서도 이미지에 따른 느낌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함께 갖는 것을 불편해하는 심리도 함께 작용한다는데, 느낌에 따라 빠르게 한쪽으로 결정하고 논리를 만들어 타당성을 강화한 후 그 집단에 속해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결정을 잘하려면 느낌에 따른 결정을 보완해야 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여유로움을 갖고 양질의 정보를 기반으로 내 느낌을 검증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 인물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실제가 다를 수 있고, 내 확신이란 것이 느낌이 만들어낸 합리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의 기능이 필수적이다.
우리 뇌가 판검사보단 변호사 역할에 무게를 두고 진화되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있다. '진실'보단 '평판'이 생존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뇌에 담긴 마음이 내 결정과 행동에 대해 이것이 옳고 진실인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자신을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쪽으로 먼저 작동한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다. '내 탓이오'란 말이 쉽지 않다. 우린 본능적으로 내 잘못을 외부의 탓으로 돌려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늦게 나와 미안해"가 아니라 "차가 너무 밀렸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기 쉽다. 내가 나를 속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이 없는 가짜 평판은 결국 신뢰성에 손상을 주어 나와 타인의 관계를 망가지게 한다.
정치적 결정에서도 이미지에 따른 느낌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함께 갖는 것을 불편해하는 심리도 함께 작용한다는데, 느낌에 따라 빠르게 한쪽으로 결정하고 논리를 만들어 타당성을 강화한 후 그 집단에 속해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결정을 잘하려면 느낌에 따른 결정을 보완해야 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여유로움을 갖고 양질의 정보를 기반으로 내 느낌을 검증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 인물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실제가 다를 수 있고, 내 확신이란 것이 느낌이 만들어낸 합리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의 기능이 필수적이다.
우리 뇌가 판검사보단 변호사 역할에 무게를 두고 진화되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있다. '진실'보단 '평판'이 생존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뇌에 담긴 마음이 내 결정과 행동에 대해 이것이 옳고 진실인가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자신을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쪽으로 먼저 작동한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다. '내 탓이오'란 말이 쉽지 않다. 우린 본능적으로 내 잘못을 외부의 탓으로 돌려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늦게 나와 미안해"가 아니라 "차가 너무 밀렸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기 쉽다. 내가 나를 속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이 없는 가짜 평판은 결국 신뢰성에 손상을 주어 나와 타인의 관계를 망가지게 한다.
'人文,社會科學 > 日常 ·健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앉을 때 등 기대지 않으면… 허리 통증 줄고 뱃살 '쏙' (0) | 2016.12.07 |
---|---|
[일사일언] 나이 들어간다는 것 (0) | 2016.12.06 |
[일사일언] 책방 산책 (0) | 2016.12.05 |
우울증.. 왜 남성이 여성보다 위험한가 (0) | 2016.12.02 |
[일사일언] 고양이의 애환 (0) | 2016.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