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2.05 유희경 시인·서점 '위트 앤 시니컬' 대표)
서점 주인이라고 종일 서점에만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작은 책방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때라면 더욱 그렇다.
공공 기관이나 기업에서 개최하는 강연회에 강사로 나서거나 크고 작은 행사에 초대받기도 한다.
혼자 운영하는지라 자리를 비우는 게 부담스럽지만,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점에서 생기는 매일매일의 새로운 일을 전하는 기쁨도 있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금 하는 일을 정리해보는 계기도 생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지난 수요일엔 '책방산책 서울'에 참여했다.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주최하는 이 프로그램은 서울의 작은 책방을 동네 단위로 나누어 묶고, 서점 주인이 신청자들과 함께
해당 지역 작은 책방들을 둘러보는 행사다.
작은 삼각 깃발이 매달린 깃대를 들고 열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을 인솔하여 신촌의 작은 책방을 돌아다녔다.
음악 서적 위주로 판매하는 '초원서점', 재치 만점 주인이 운영하는 '퇴근후책한잔', 미스터리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을
거쳐 내가 운영하고 있는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운영 시간과 쉬는 날이 엇비슷해 쉽게 찾아가지 못하는 이웃 서점들을 방문하는 것은 나 역시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익숙함과 친근함을 느꼈고,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책 읽는 사람 수가 현저히 줄고 있다.
그럼에도 작은 책방들이 생겨나고 적은 벌이를 감내하며 그 공간을 지키는 것은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독서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까닭이다.
동시에 개성 넘치는 기획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이 독자가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작은 서점들은 뜻을 함께하는 동지며 친구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손님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우리의 이 작지만 매력 넘치는 공간으로 돌아와
기꺼이 책과 함께하는 순간을 맞이할 거라고 믿는다.
분명 매력에 푹 빠졌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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