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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직후 '靑 습격훈련' 지휘한 김정은… 軍 "도발 땐 응징"

바람아님 2016. 12. 13. 00:05
조선일보 : 2016.12.12 03:00

- 평양 외곽에 청와대 모형 설치
靑 공격 후 대통령 등 생포 훈련
"연평도 이어 청와대 불바다 만들 용맹함 보였다"며 칭찬

- 김정은이 조직한 특수부대 투입
특전사級 부대 정예요원만 선발
金 오면 라이터도 못 가져가는데 총 들고 함께 기념사진 찍어

북한군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수부대를 동원해 청와대를 습격하고, 주요 인사를 납치하는 훈련을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11일 보도했다. 김정은 참관 행사의 경우 북한 매체가 실제 참관 하루 뒤에 보도해온 관행을 감안할 때 이번 훈련은 10일 시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하루 만이다. 북한은 9일 탄핵안 가결 4시간 만에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청와대 침투 공격은 김정은의 훈련 개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3개 루트로 이뤄졌다. 먼저 북악산과 인왕산에 침투한 전투원이 낙하산으로 청와대 외곽에 내려 경비병을 공격했다. 동시에 청와대 상공 헬리콥터에서 강하한 전투원이 청와대 내부로 진입했다. 이어 저공 침투용 AN-2 경수송기에서 뛰어내린 전투원이 청와대를 집중 사격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용맹한 전투원들이 적의 특정 대상물(청와대)을 종횡무진 짓이겨대는 모습을 보시고 '잘하오. 잘해, 적들이 반항은 고사하고 몸뚱어리를 숨길 짬도 없겠소'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고 전했다. 이어 "콩 볶듯이 울리는 총성과 수류탄이 작렬하는 속에 역적패당들을 모조리 사살한 전투원들은 심판대에 꿇어앉힐 악당들을 생포하고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생포한 악당'은 박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최고위층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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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 대대를 동원해 청와대를 습격하고, 주요 인사를 암살·납치하는 훈련을 했다고 노동신문 등이 11일 보도했다. 오른쪽 사진은 북한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은 청와대 모형이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모습이고, 왼쪽 사진은 김정은이 총을 든 특수부대원과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통상 김정은 주변에는 빈 총이라도 무기를 휴대한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데, 이날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총을 든 부대원들과 나란히 섰다. /노동신문

청와대 침투 작전이 마무리되자 장사정포 부대들이 청와대로 일제사격을 가했다. 통신은 "적의 소굴은 아비규환 생지옥으로 변했다"며 "연평도의 불바다를 청와대의 불바다로 이어놓고, 남조선 괴뢰들을 멸망의 구렁텅이에 처박아넣을 투지와 용맹을 과시했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특수부대원의 청와대 침투 모습, 화염에 휩싸인 청와대 모형, 환하게 웃는 김정은 등 사진 27장을 공개했다.

이번 훈련은 평양 외곽 대원리 화력시범장에서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4월 북한이 이곳에 실제 청와대 크기의 절반 정도인 모형을 설치해 놓았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탄핵안 가결 직후 이런 훈련을 실시한 것은 집권 후 대북 압박책을 구사해온 박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보복'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이번 훈련에 동원한 '인민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 대대'는 김정은이 직접 조직했다고 선전하는 부대다. 


군 소식통은 "우리의 특전사 격인 11군단(폭풍군단)에서 정예 요원들을 선발해 창설한 부대로 추정한다"고 했다. 실제 11군단장인 김영복이 이번 훈련을 지켜봤다. 지난달 3일 김정은이 이 부대를 시찰했을 때 북한 매체들은 이 부대 임무를 "청와대와 괴뢰 정부, 군부 요직에 앉아 만고대역죄를 저지른 인간 추물들을 제거해버리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북한 매체는 이날 부대 내부에 남한 정부·군 주요 인물과 남한 주요 정부기관 자료 등이 관련 사진과 함께 걸려 있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김정은은 '청와대 습격 훈련'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총을 든 부대원들과 같이 촬영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참석하는 이른바 '1호 행사'에는 안전 문제 때문에 군 수뇌부가 라이터를 휴대하는 것조차 금지된다"며 "엄격한 경호 원칙도 이 부대에는 예외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