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16 윤성은·영화평론가)
영화 보던 취미가 일이 된 후로는 따로 취미란에 적을 거리가 마땅치 않지만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하긴 했다. 한때는 매일 경기와 뉴스를 챙겨 보고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나 장마 시즌이 되면
우울해할 정도였다. 올해는 여행 기간이 길어서 평년보다 관심을 못 가졌었는데 골든글러브
시상식 뉴스를 보니 그라운드의 열기가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수상자는 역시 두산의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다.
그는 올해 22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KBO 리그 MVP에 이어 황금장갑도 차지하게 됐다.
한국 데뷔 이후 6년 만의 성취다.
프로선수는 오직 실력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인간적으로 유독 호감이 가는 선수가 있기 마련인데, 니퍼트가 처음부터 그랬다.
동료들이 어려운 타구를 잡았을 때 파이팅을 외치거나 공수 교대를 할 때 외야수들을 기다리는 작은 매너가 눈에 띄었다.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겸손함과 소속팀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의 실력 못지않게 팬심을 자극한다.
마침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메이저리거 김현수의 소식도 반갑다.
그는 시범 경기에서 부진했다는 이유로 출장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다가 차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3할대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야유를 환호로 바꾼 것이다.
'신고 선수(일명 연습생)'로 국내 프로팀에 겨우 입단한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늘 성실할 뿐 아니라 감독의 선수 기용 논란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김현수는 참 괜찮은 선수다.
두 사람이 고향을 떠나 외롭고 낯선 곳에서 피땀을 흘리는 이유가 비단 연봉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 동료와 팀에 대한 애정, 선수로서 이루고픈 목표가 없었다면 좋은 성적은 물론이요,
관중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나 열심히 뛰는 것처럼 그들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즐기는 데는 국적도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상관없다.
스포츠와 영화의 공통된 묘미란 그런 것이 아닐까.
관중석 혹은 관객석에 있는 동안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한마음이 되어 보는 것.
2017년에도 블록버스터 영화만큼 짜릿한 멋진 플레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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