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9.11.27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1946년 1월 1일, 연합군 사령부의 요구에 따라 히로히토 일왕은 연두교서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나와 우리 국민 간의 유대는 상호 신뢰와 경애로 맺어진 것이지 단순히 신화와 전설에 의한 것은 아니다. 천황은 신[現御神]이고, 일본 국민은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며 그래서 세계를 지배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가공의 관념에 기반을 두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일본 왕의 신격을 부인하는 소위 '인간선언'이다.
다만 이때 신이 아니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살아 있는 신을 가리킬 때 통상 쓰는 아라히토카미(現人神)라는 말 대신 아키쓰미카미(現御神)라는 말을 씀으로써 일왕의 신성을 계속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교묘하게 남겨두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런 구차한 해석에 연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예전의 절대적 위엄이 사라졌다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 신이 아니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살아 있는 신을 가리킬 때 통상 쓰는 아라히토카미(現人神)라는 말 대신 아키쓰미카미(現御神)라는 말을 씀으로써 일왕의 신성을 계속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교묘하게 남겨두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런 구차한 해석에 연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예전의 절대적 위엄이 사라졌다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일왕이 1945년 9월에 맥아더 장군과 함께 찍은 사진.(Macarthur_hirohito)
사실 일본 국민들에게 그들이 신으로 떠받들던 일왕이 어쩔 수 없는 일개 인간이라는 점을 각인시킨 것은 1945년 9월에 맥아더 장군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찍은 이 사진에서 맥아더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오만한 자세로 서 있고, 그 옆의 히로히토는 마치 잘못을 저질러서 야단맞는 초등학생처럼 잔뜩 긴장한 자세로 서 있다. 당시 일본인들은 이 사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 또 다른 사진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데,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한테 인사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절 한번 한다고 일왕이 다시 인간에서 신으로 승격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미국 대통령이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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