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23 윤성은·영화평론가)
'윤성은의 스크린뮤직'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영화음악감독을 인터뷰하는 개인방송인데 아무 대가 없이 시간을 내준 게스트들 덕분에
그럭저럭 꾸려올 수 있었다. 지난주에는 '동주'와 '밀정'의 음악을 맡았던 '모그'감독을 섭외해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가장 각광받는 영화음악 감독.
1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더 킹' 후반 작업 때문에 한창 바쁜데도 흔쾌히 출연해주셔서
더욱 감사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절반 정도는 녹음이 아예 안 돼 있고 절반 정도는
잡음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방송용으로 쓸 수가 없는 거다.
돈 주고 빌린 마이크와 녹음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고민하다가 팟캐스트 작업을 도와주는 후배에게 재녹음을 부탁해보라고 했다.
직접 말씀드리기가 너무 민망해서였다. 결국 감독님의 협조로 2차 녹음을 했고 이번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여서
우리는 기분 좋게 뒤풀이까지 즐겼다. 그러나 다음 날 후배에게 문자가 왔다.
노트북, 아이패드, 녹음기까지 들어 있는 가방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응당 녹음 파일도 사라졌다.
재산 피해가 막심한 후배에게도 미안하고 이래저래 속상했다.
더욱이 감독님에게 또 시간을 내달라는 건 언감생심 바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소식을 듣고 감독님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두 번도 했는데 세 번쯤이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차 녹음 일정 잡죠." 문자 하나로 메말라 있었던 하루가 금세 촉촉해졌다.
방송이나 영화 일을 하다 보면 돌발 상황에 부딪힐 때가 많다.
명백히 누군가의 실수일 때도 있고 그저 운이 나쁜 경우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수습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하기 어려운 말을 후배에게 시킨 나는 정말 비겁한 사람이다. 못난 바닥을 드러냈다.
반면에 두 번 봤을 뿐인 후배를 위로하고자 먼저 손 내밀어 주신 모그 감독님은 너그러웠다.
그가 일에서 성공한 데는 음악적 재능 외에도 이런 품성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영화판에서 소통과 배려만큼 요긴한 미덕은 없다.
결심하기 좋은 절기,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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