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28 홍승기 배우·인하대 로스쿨 교수)
결국 밥 딜런은 노벨상 시상식에 오지 않았다.
스웨덴 주재 미국 대사가 대신 읽은 수상 소감에서 그는 여러 번 셰익스피어를 들먹였다.
연극쟁이 셰익스피어가 어느 배우에게 어떤 배역을 맡길지 고심하였으되 희곡의 '문학성'을 고민하지는 않았을 텐데,
자신도 좋은 노래를 만들려고 번민하였을 뿐 가사의 문학성으로 갈등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중가수에게 노벨문학상이 웬 말이냐는 비난을 바닥에 깔고, 세상에 개뿔 별난 예술성이 있냐,
당대 민중의 감성을 움직였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성이라는 큰소리였다.
스웨덴 한림원도 고대 그리스 작가 호머(Homer)와 사포(Sappho)와 비교하며 밥 딜런을 수상자로 호명한 바 있다.
반발을 예상한 선제공격이었지 싶다.
밥 딜런의 노벨상 소식을 듣고 가수 싸이가 생각났다. 2013년 정부는 싸이에게 옥관문화훈장을 주었다.
그 몇 달 전 문화부 국정감사장에서,
싸이가 이렇게 나라를 홍보하는데 정부가 한 역할이 무엇이냐는 국회의원들의 공격이 있었다.
'서훈(敍勳)을 고려하겠다'는 답변이 장관에게서 나왔다. 장관의 발언이 정돈된 답변이 아니기를 희망했었다.
드센 국회의원들 앞에서 불시에 스친 임기응변이기를 바랐었다. 한 호흡 가다듬고, 국회의원들의 질의 자체가
국가주의적 천박한 공세라며 서훈 건은 나 몰라라 어물쩍 능글맞게 넘어갈 여유를 기대했었다.
대중가수에게 훈장을 주었다고 탓할 생각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타이밍이 몹시 서툴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병역 비리로 세상을 어지럽게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서둘러 정부가 훈장을 줄 일이었을까?
싸이가 열정적인 대중음악가로서 점잖게 황혼을 맞는다면 그 무렵에 훈장을 주어야 그게 어울린다.
1941년생인 밥 딜런은 우리 나이로 76세다.
엘턴 존은 50대에, 톰 존스는 60대 중반에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騎士) 작위를 받았다.
그들 인생의 결정판이거나 적어도 중간 정산이었다.
문화부는 긴 호흡으로 국가의 영혼을 고심하여야 한다.
정부가 방송국 PD를 흉내 내어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에 몰두하다니,
문화부와 법무부가 엇박자를 내다니, 결단코 피했어야 할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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