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日常 ·健康

[일사일언] 애도의 방법

바람아님 2016. 12. 30. 13:02

(조선일보 2016.12.30 윤성은 영화평론가)


죽음 또한 삶의 일부이고 인간의 숙명이란 걸 알지만 가족이나 친족·지인은 물론 추앙했던 스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헛헛하다. 유년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감수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이들일수록 허전함은 크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영화를 보며 울고 웃었던 소중한 기억도 기운을 잃고 쓸쓸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죽음을 막거나 시간을 되돌릴 재간은 없으니 잘 떠나보내는 것이 상책이다. 

가장 좋은 애도는 그 스타에 대한 나만의 인상 혹은 경험을 오래, 깊숙이 간직하는 것이리라. 

내게는 잊을 수 없는 부고가 하나 있는데 중학교 때 신문에서 읽었던 오드리 헵번의 그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배우였으나 글과 함께 실린 것은 소말리아의 아이들과 찍은 노년의 사진이었다. 

암 투병 중에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약한 그녀는 어느 영화에서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기 붙박여 있었다. 

그것은 내게 훌륭한 배우로서뿐 아니라 존경할 만한 위인으로서 오드리 헵번을 각인시켰고 지금까지도 그녀의 사진이나 

영화를 볼 때마다 우리만의 추억처럼 훈훈하게 떠오른다.


지난 28일(한국 시각) 할리우드 여배우 캐리 피셔가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아 공주'로 잘 알려진 그녀는 한국에서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개봉하던 날 숨을 거뒀다. 

비보를 듣기 전 영화를 예매해놨던 터라 마지막 부분에 잠깐 등장한 레아 공주(잉그빌드 데일라)를 보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일사일언] 애도의 방법


캐리 피셔는 귀 양쪽으로 머리를 땋아 올린 모습이 가장 친숙하지만 불후의 로맨틱 코미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에서의 모습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멕 라이언의 친구로 분해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보여주던 그녀는 레아 공주 못지않게 매력적이었다. 

무슨 우연인지 이 작품 역시 28일 재개봉했다. 수없이 봤던 영화지만 큰 스크린에서 한 번 더 만나야겠다. 

캐리 피셔를 향한 진한 작별 인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