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문 닫힌 상점거리, 이른바 '셔터도리'를 찾았다. 소비절벽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한낮에도 점포가 절반 가까이 폐점한 풍경은 생소했다.
문득 이게 스미다구만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통역사를 비롯해 시민, 현지 전문가 등에게 "스미다구 셔터도리는 보편적 현상이냐"고 되물었다. 지역이 쇠락한 이유가 사회·구조적 원인이 아니라 스미다구의 지역 경쟁력이라는 개별적 요인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 같았다. '도쿄는 셔터도리가 아직 많지 않지만 지방은 심각하다'였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점가 중 빈 점포 비율이 10%, 20%를 초과한 곳은 각각 전체의 47.8%, 29.0%를 차지했고 대부분 지방이었다.
일본의 변화는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에 이어 199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이 촉매가 됐다. 인구구조 변화로 일할 사람은 줄었고, 경기불황으로 소비도 줄었다. 그 결과가 셔터도리다.
일본 사례를 보면 총인구나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파괴력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인구절벽이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변수라면 생산력을 높이거나 일할 사람을 수혈해야 경제도 활력을 갖는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단기 처방에 급급하며 어느 쪽도 성취하지 못했다.
일본의 애완동물(펫)과 로봇이 각각 생산가능인구 대신 소비와 생산을 대체할 것이란 '진지한 농담'은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냉소다. 아베정권이 들어선 뒤 신성장 정책, 1억 총활약상 부처 신설, 비정규직 대책 등을 내놓으며 '생산성' 향상과 '일할 사람'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속도는 더디다.
20년 전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는 준비가 더 안됐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고됐다.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더 빠르고, 출산율은 더 낮다. 경제 부진, 인구구조 변화, 빗나간 정책이 낳은 셔터도리의 밤 모습을 두고 스미다구 주민은 "무섭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두려움을 실감하지 못하고, 그래서 "무섭다".
세종=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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