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썼고, 한국 외교부는 이 트윗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만약 북한이 ICBM 발사를 강행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한국의 압박으로 좌절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와 한국의 반응은 사실상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연설의 다른 부분도 중요하다. 내재된 불만의 위험에 대한 암시다. 언급한 부분은 짧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처럼 어려운 주제는 종종 북한 문서에 이런 식으로 묻혀 있다. 경제 발전 필요성에 대해 긴 연설이 끝난 후 김정은은 얘기했다.
“일편단심 당을 따르는 인민의 순결하고 뜨거운 마음과 지향을 가로막고 당과 인민대중을 갈라놓으려는 적들의 불길하고 악랄한 계획을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 김정은이 신년사같이 크고 의미있는 자리에서 당으로부터 소외받은 인민들이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으로 보인다.
간단한 문장엔 3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미국·한국 등 적들의 치명적인 책략으로 당과 인민이 갈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나는 북한 내부의 적도 포함시킬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둘째, 북한 사람들은 본래(natural state) 순결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당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과 인민 간의 소외가 내부적으로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셋째, 이 문장을 새해 연설에서 언급했다는 것은 정권이 ‘적의 불길하고 악랄한 계획’을 충분히 위험한 것이고, 지금 단호하게 좌절시켜야 한다고 느낀다는 신호다.
이 문장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두개의 중요한 최신 발언과 함께 존재한다. 첫째는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전국 노동당(전당) 초급당위원장 대회에서 몇몇 부서를 무능력함과 패배주의로 질책하고, 관료주의를 비난한 것이다. 관료주의적인 업무 스타일에 대한 명백하고 확실한 언급은, 북한 정권이 몇몇 지역의 충성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둘째는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가 낸 연구논문이다. 북한은 이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별 반응이 없다. 이 논문은 지난해 10월 탈북을 권유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군의 날 연설을 직접 인용하여, 남한의 ‘비열한 묘책’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논문은 “남한 정권은 북한을 향해 ‘아랍의 봄’을 상기시키는 비방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화국 내부에 사회적 혼란과 유혈사태를 일으키기 위한 정치적 테러”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아랍의 봄 같은 혼란의 가능성을 암시한 셈이다.
늘 그랬듯이 북한은 체제 바깥의 악하고 교묘한 술책에 의해서만 정권에 대한 불신이 발생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외부인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수백만의 북한인들을 본다. 반면 북한의 지도자들은 외부의 치명적인 영향력(남한 드라마가 담긴 USB 같은)과 외부인들의 조종에 취약한, 체제에 만족하며 충성스러운 수백만의 국민을 본다.
독재정권을 이끌던 구시대 사람은 대개 사회를 이런 방향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베를린 장벽이 악랄한 자본주의 사상으로부터 동독을 막기 위해 필수적 조치였다고 충실하게 믿는 전 동독 고위 관리들과, 엔베르 호자의 쇄국정책이 옳은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늙은 알바니아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도 않는다.
외부의 선동이 실제로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독재정권은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보곤 한다. 북한에는 가난에 지친 함경도 출신 탈북자들이 있지만 현재 정권의 타도에 나설 만큼 불만족스러운 평양의 수재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평양 거주민들 사이에서 실제로 심각한 불만족이 만연한다 해도 외부세계에서는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북한 관리들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접근하기 쉬운 중국과 러시아 외교관을 포함한 외부 인사들과 사적인 관계를 맺을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다.
지금보다 북한과 훨씬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구 소련조차 1956년 친소파들이 대사관에 걸어들어와 김일성 타도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을 때에야 쿠테타 음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물론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만약 김일성과 핏줄로 이어진 정권에 대한 반란이 일어난다면, 전 세계가 놀랄 것이다.
권위주의적인 정권 내의 불만족과 불신에 대한 단서는 탈북 규모다. 숙청이 계속 진행되거나, 관료들이 불가능한 목표에 대해 지금보다 더 심한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면 더 많은 탈북이 이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언론은 100만 파운드의 뇌물로 관료를 매수해 영국의 핵에 관련한 비밀정보를 입수하라는 지시가 태영호 탈북의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에게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영국 고위관료에게는 그닥 매혹적이지 않은 액수다. 태영호는 매달 800달러의 급여를 받았다고 한다. 런던에서는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정권을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압박이 심해지면 외교관들은 탈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올해 외교관을 포함한 북한 고위직의 탈북이 증가하는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고위직으로부터 시작되는 ‘한반도의 봄’이 일어날 수 있을까? 김정은이 단순히 불안해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인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불안에 실체가 있든 없든, 그 불안감 자체가 의미가 있다. 독재정권은 압박을 늘리고,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더 많은 체포와 숙청을 동반하고, 누구나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불안함을 키운다. 결국 엘리트들이 정권 교체로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만약 불만족과 불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더 심한 압박은 북한 정권에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