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1997년이 그랬다. 외국 금융자본이 동아시아에서 빠져나가면서 7월에는 태국의 환율이 급등했고 뒤이어 홍콩과 말레이시아도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우리는 동남아와 다르다. 펀더멘털이 좋다’며 위기를 회피했다. 이미 1월에 한보철강, 3월에 삼미, 4월에 진로가 쓰러졌지만 기업의 과잉 부채와 부실 투자의 심각성을 그때는 잘 몰랐다. 단기 외채가 많고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경제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대출을 갑작스럽게 회수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고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98년에 경제성장률은 -6.7%로 떨어졌고 실업자가 거리에 넘쳐났다.
2007년에는 미국에서 먼저 위기가 시작됐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가계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주택대출과 연관된 새로운 파생금융상품들을 마구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이 쌓여갔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파급됐다. 그 누구도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 실물경제가 얼마나 충격을 받는지 그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전 세계가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 확대로 대응했지만 아직도 위기로부터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했다.
동아시아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10년 주기로 올해 한국 경제에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국의 경제 위기가 항상 외부 충격에서 먼저 시작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2017년은 심상치 않다. 미국이 지난해 12월에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고, 올해도 몇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리 인상으로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트럼프 신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4월에 있을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중국과 무역마찰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 통상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 수출도 피해를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행하고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 기업부채 증가, 금융 불안으로 경착륙할 위험이 있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수출기업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