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서빙 배우고, 부유층 살림관리 교육까지..중국서 '집사 학교' 성행

바람아님 2017. 1. 16. 23:12
한겨레 2017.01.16 16:36

부유층 늘고 서구 문화 접하면서 수요 커져
서비스 직종 중 전망 밝고 임금도 높아 '인기'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 누리집 갈무리

“팔과 손이 아프지만, 이게 바로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자리한 네덜란드 국제집사학교의 분교. 이곳에서 6주 과정의 집사 교육을 받고 있는 양린준(22)은 저녁식사 예절 교육에서 물을 따르는 법을 배우며 이같이 말했다. 교육을 담당한 크리스토퍼 노블 강사는 수강생들을 향해 “팔을 쭉 펴고, 물을 따르고, 물을 흘리지 않게 손목을 비틀어서 팔꿈치를 접어라”라는 식의 지시를 내렸다.


중국 부유층들의 재산이 늘고 서구적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중국에서 ‘집사’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집사 학교’가 성행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 외신들이 15일(현지시각) 전했다. 양린준이 수강하는 이 학교는 집사 양성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국제집사학교가 2014년 청두에 세운 분교인데, 6주 과정의 집사 교육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4만위안(약 667만원)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학교에서는 네덜란드에서 파견온 전문강사를 통해 서빙을 비롯한 식사예절, 부유층의 살림 관리, 여행 일정 짜는 법 등을 배운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반부패 행보에도 불구하고 집사에 대한 부유층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의 유명한 집사 양성 학교인 ‘비스포크 뷰로’에 따르면, 중국 부유층에 집사를 중개한 건수는 2007년 20건에서 2015년 375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의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통계를 보면, 2015년 조 단위의 재산을 갖고 있는 중국의 부유층은 400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에 견줘 65%가량 상승한 수치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부유층들이 서구문화에 노출되면서 격식있고 실력있는 집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닐 예 국제집사전문학교 부회장은 최근 중국에서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를 언급하며 “드라마 방영 이후 중국에서 집사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운튼 애비>는 20세기 초 영국의 귀족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귀족층과 집사의 삶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집사 학교에서 수강하고 있는 수시타오(34)는 “드라마 <다운튼 애비>를 교과서처럼 보면서 집사 생활을 공부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집사라는 직업의 전문성은 꽤 중요해질 것이고, 전문 시장도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사 개인의 경력과 능력에 따라 임금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한달 월급은 2800달러(약 331만원)로 중국의 서비스직 내에서는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집사 중개업소인 ‘서밋 그룹’의 양카오준 자산 매니저는 “10년 전만 해도 외국의 5성급 호텔에 머무는 중국인들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하고 있고, 어떤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인지 알고 있다”며 집사의 직업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황금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