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최재천의자연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04] 이상적인 정부 조직

바람아님 2017. 2. 1. 09:15
조선일보 : 2017.01.31 03:0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국립생태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부서와 직책의 영문명을 정해야 했다. 나는 우선 원장을 디렉터(Director)가 아니라 프레지던트(President)로 정했다. 프레지던트라는 이름이 주는 권위의 육중함에 끌려 그리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지휘·감독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디렉터보다 '사회·주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레지던트가 훨씬 민주적이다. 프레지던트를 '대통령'으로 처음 번역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클 대(大), 거느릴 통(統), 거느릴 령(領)'이니 백성 위에 군림하는 제왕을 모시고 그 거느림을 받기로 작정하고 자진해서 무릎을 꿇은 셈이다. 나는 이 봉건적인 호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그게 어렵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조선일보 DB
무려 19년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앨런 그린스펀은 참모들을 매파와 비둘기파로 갈라 논쟁을 벌이게 한 다음 이른바 정반합(正反合)의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벚꽃 대선'의 가능성을 전제로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해서 거의 15년 전에 제안했던 '두 부총리 제도'를 다시 한 번 논의 테이블에 꺼내놓는다. 물론 내 제안을 받아들여 그리 한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우리 정부에는 현재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하고 있으나 그들의 부처 간 조정 역할은 미미해 보인다.

산업·경제와 국방·외교 관련 부처들을 한데 묶고 교육·문화와 환경·복지 관련 부처들을 따로 묶어 위상이 대등한 두 부총리를 선임해 이를테면 개발을 주장하는 매파와 보전을 옹호하는 비둘기파로 하여금 치열한 논리 싸움을 하게 하고 대통령 또는 '책임 총리'의 주재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에는 경제를 담당하는 여러 부서의 장들을 한데 모은 경제팀은 있으나 복지·환경·문화·교육·과학 등을 아우르는 팀은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이 한 사람의 카리스마와 배려에서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