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17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불황 탓인지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달력을 만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대기업의 호화로운 달력 못지않게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만드는 초대형 달력을 정말 좋아한다.
가로로 길게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달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숨이 멎을 것 같은 감동이 치민다.
그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자연의 원시성은 오로지 국립공원의 막강한 보호가 있기 때문에 보전된 것이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설립된 게 1872년이고, 그로부터 44년 후인 1916년 미국 정부에
국립공원관리청이 세워졌으니 그 역사가 장장 100년이 넘었다.
이보다는 많이 늦었지만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87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됐으니 올해 어느덧 각각 50주년과 30주년을 맞는다.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2016년 새롭게 지정된 태백산국립공원까지 합하면 우리도 모두 22개의 국립공원을 확보했다.
국토 면적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국립공원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는 워낙 높은 나라이다 보니 국립공원을 둘러싸고 보전과 개발의 힘겨루기가 끊이지 않는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군·하동군·함양군 등에 걸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 삼도봉 암릉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조망. /조선일보 DB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우리는 자연을 보전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열어간다'는 미션을 받들고 있다.
행복한 미래의 우선 조건이 바로 건강임을 분명히 한 미션이다. 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미세 먼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세 먼지를 획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숲을 보전하는 것보다 훌륭한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산림 녹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나라로 세계의 칭송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립공원의 기여는 말할 나위 없이 컸다.
다행히 공단의 경영 전략 어디에도 '개발'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제 서른 살이 되었으니 스스로 뜻을 세우고 어떤 개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자연지킴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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