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 거행된 한·미 정상회담이 성과와 숙제를 남기고 일단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불가피하게 형성됐던 한·미 간 외교 공백의 보완과 미국 정부의 환대 아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문 대통령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항인 한·미 FTA 재협상과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언급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특히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정상외교 공백 해소와 더불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와 압박을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나간다는 단계적 대북 접근법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낸 점은 의미가 있다. 한반도 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 지지나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등을 공동성명에 명시한 점도 눈에 띈다. 확고한 한·미동맹 재확인,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사론’ 진화, 사드 배치 절차 검증을 둘러싸고 형성된 난기류 수습, 그리고 문재인식 대북 정책 구상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외교는 상대적인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정상이다. 특히 정상회담 직후 한·미 FTA 재협상을 거론하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언급한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문재인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지만 경제적 압박을 위한 상대적 카드로 쓰려는 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환경평가가 사드 철회는 아니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자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접고 경제적 강공을 펼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리는 한국에 대한 경제 공세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작금의 한·미동맹의 단면이기도 하다. 게다가 북핵 해결 방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최대의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문 대통령은 대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분명한 인식 차가 확인됐기 때문에 향후 양국의 조율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긍정적 성과와 더불어 분명히 다양하고 복잡한 숙제를 남겼지만 한·미 양국은 동맹관계 재확인을 기초로 충분한 소통 기제를 확보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의 최대 관심사인 사드 배치에 대해 문 대통령이 미국에 ‘철회’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사드 문제 자체를 의제화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의 주권 사항이라며 절차 문제만 검증되면 사드 배치에 문제가 없다는 언급을 해 중국을 실망시켰다. 게다가 북핵 해결 방안으로 중국이 강조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지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교환하는 쌍중단(雙中斷)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별개 문제임을 지적하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단둥은행을 북한의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단독 제재에 나섰고, 대만에 14억 달러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또 2017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을 최하 등급인 3등급 국가로 지정해 중국에 대한 압박 공세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을 못 믿겠으니 독자적으로 대북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지금은 대화 모색 단계가 아니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은 물론이고 북한의 반발도 불 보듯 뻔하다. 문재인정부의 ‘대화 정국’은 그래서 쉽지 않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자 중국의 자존심은 상당한 상처를 받았다. 미·중 간에 논의해야 할 문제지만 이 영향은 고스란히 한·중 관계에서 우리가 떠안아야 하는 숙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도 우리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든 미국이든 주권국 한국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는 게 언제나 중요하다.
강준영(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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