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소수 비전문가가 이끈 ‘탈(脫)원전’ 공약 이행을 위해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려 한다. 수많은 시험·운영 기록과 안전성 평가 자료들을 분석해 일본 후쿠시마 같은 중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건설을 허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국가 경제를 떠받칠 에너지 대계를 수립한 국가에너지위원회라는 법적 기구의 절차에 따른 결정을 무시하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를 민간배심원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반발이 거세자 공론화위원회에 원자력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탈원전’ 공약은 그대로다.
‘탈원전’이란, 지난 60년간 우리나라 대통령 11분이 육성한 과학기술력과 약 600개의 기업에 수만 명의 고급 인력이 함께 쌓아 올린 금자탑을 소수(少數)의 반대론자 때문에 허물겠다는 것이다. 원전 반대론자에 둘러싸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전을 적극 지지해 6기를 착공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환경론자와 논쟁 끝에 원전 4기를 착공했다. 새 정부는 소수의 비전문가들에 밀려 세계 최고의 기술과 주옥같은 산업 인프라를 뒤집으려고 한다.
한 나라의 에너지산업은 거대한 선박과 같아서 항로를 급격히 변경할 경우 좌초될 수 있다. 새 정부가 터무니없는 탈원전 계획을 들고나와 대수롭지 않게 밀어붙이는 데 대해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과 언론 모두가 놀라고 있다. 독일, 벨기에와 스위스는 숙의를 거친 후 국회 표결과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새 정부는 탈원전을 공약으로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국민의 선택으로 합의됐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대선 공약에는 일일이 투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탈원전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분명히 거치지 못했으며,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압박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무시하고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중단을 결정한 국무회의는 초법적인 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안전성이 관건인 신고리 5, 6 호기의 기술적 사실, 탈원전의 대안인 가스발전의 담보할 수 없는 불안정성, 간헐적으로 얻는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을 비전문가들에 맡기겠다는 것은 냉정한 심층 검토보다 높은 국정지지율에 기대려는 의중이 보인다. 새 정부가 제기하는 안전성 문제라면 전문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밀히 검증하고 공개하면 된다. 그럼에도 건설부터 중단하겠다니 국민 세금으로 매몰 비용을 감당하되, 이보다 훨씬 큰 사회 갈등과 수출 기회 상실 비용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보인다.
시민배심원 방식은 독일의 방사성폐기물 부지 선정 방식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나 독일은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폐기물위원회가 시민배심원을 참여시켜 수년간 사회적 합의를 추진한다. 수개월 간의 단기 공론화 경우는 국회가 표결로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도 원자력 안전과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국회 주관으로 이끌어 왔다.
탈원전, 탈석탄으로 가스 발전이 확대되면 공급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아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신재생 에너지 도입의 차질로 생길 수 있는 전력 대란으로 얼마나 큰 위험이 따를지 모른다. 소수 비전문가의 판단에 따른 천문학적인 국민 피해를 막으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포함한 탈원전에 대한 공론화를 국회가 직접 챙기고 매사에 국회 표결로 결론짓는 방법이 선진국으로 가는 사회통합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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