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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

바람아님 2017. 6. 29. 07:05


[사설] 정부의 누구도 설명 못 하는 脫원전 다음의 대비책


(조선일보 2017.06.29)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포기 여부를 시민배심원단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은 법 절차로 봐도 문제가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법 규정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년 7개월의 안전성 심사를 거쳐 작년 6월 승인을 내줬다. 

원안위는 여야가 추천한 4명을 포함해 9명 위원으로 구성돼 민주적 대표성도 갖춘 조직이다. 

원안위 심사를 통과해 이미 1조6000억원이 투입된 원전 건설을 정부가 교체됐다고 중단시키고, 민간인 비(非)전문가들에게 

재(再)심사를 맡기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 

계약 불이행 보상금을 합쳐 2조6000억원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


정부는 새 원전은 짓지 않는 대신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현재 풍력·태양광 전기 비중은 채 1%도 안 된다. 이걸 20%까지 늘리려면 서울 절반 면적(3억㎡)에 꽉 들어찬 태양광과 

제주도보다 넓은 면적(29억㎡)의 풍력 설비를 갖춰야 한다. 우리 같은 좁은 국토에서 가능한 일인가. 

탈원전 결정을 하려면 에너지 조달의 안정성 예측,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산업 경쟁력 영향, 경합 에너지 대안들의 

기술 진보 전망 등 복잡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는 시민들이 틈틈이 전문가 설명을 

들으면서 석 달 안에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원자력은 비전문가로선 용어 이해조차 어렵다. 그 시민배심원이 정말 균형 있게 뽑힐 가능성도 높지 않다.


우리는 프랑스·중국·러시아와 함께 4대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 꼽힌다. 연관 일자리만 10만개라고 한다. 

5년 임기 대통령이 반도체·휴대폰에 못지않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산업 분야의 문을 닫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원자력엔 사고 가능성과 사용후 핵폐기물 처리라는 난제가 있다. 

반면 석탄은 석탄대로, 풍력·태양광은 그것대로 문제를 안고 있다. 

결국 적절한 배분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기술 진화에 대응해가야 한다. 

정부는 그런 선택지 자체를 걷어차려 하고 있다.


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230명은 지난 1일 "전문가가 배제된 채 추진되는 일방통행식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런데 28일 탈원전 배경 설명에 나선 청와대 측 입장은 '자세한 로드맵은 올 연말 나올 전력수급 

계획에서 마련될 것'이라는 정도였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이런 식으로 졸속으로 흘러가도 되나. 어이없다는 말밖엔 할 수 없다.



[양상훈 칼럼] 대통령의 엉터리 脫원전 연설, 나라가 답답하다


(조선일보 2017.06.29 양상훈 주필)


핵심 내용 다 엉터리인 대통령 脫원전 연설문… 공약도 非전문가들 작품

광우병 공포 보는 듯한 대통령의 원전 공포

일본도 아닌 한국서 이 무슨 평지풍파인가


기억을 되살려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을 처음으로 본격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하루 이틀 뉴스로 나왔다가 사라졌고 문 대통령이 그해 대선에 낙선하면서 탈원전 얘기도 없어졌다. 

그러다 문 대통령이 다시 탈원전 얘기를 하는 걸 들은 것은 작년 겨울 영화 '판도라' 시사회장이었다. 

판도라는 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해 심각한 피해가 나는데 정부는 무능하다는 줄거리의 영화였다. 

문 대통령은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 영화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 동원을 위해 극단적 상황을 꾸미고 엄청난 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울기까지 했다니 허구를 사실처럼 느끼고 받아들인 듯하다. 일반인이라면 많이 있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판도라를 보고 울었던 그 심정으로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겠다고 나서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실제 문 대통령이 취임 한 달여 만에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다. 

이 탈원전은 정책 자체가 주는 충격보다 그 과정이 더 충격적이다. 

문 대통령 본인의 원자력 지식은 '판도라' 이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캠프의 환경·에너지팀에도 원자력 전문가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4대 강 반대하던 하천 환경 전문가가 책임자였다. 

에너지 공약에는 환경운동가 한 사람과 미생물학 전공 의대 교수가 관여했다고 한다. 

이 엄청난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직도 어떤 사람들이 어떤 근거로 결정했다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그러니 환경 편견을 가진 몇몇이 모여 '일 한번 저지르는 식'으로 결정한 게 '탈원전'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은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머릿속에 들어왔고, 경주 지진 때문에 굳어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서울대 주한규 교수가 신문 기고에서 낱낱이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선포식에서 경주 지진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했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라며 그 예로 후쿠시마 사태를 들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이 아니라 지진 후 쓰나미로 발전기가 침수되는 바람에 벌어진 사고다. 

쓰나미 없는 일반 지진이었으면 후쿠시마 사태는 없었다. 경주 지진 문제와 연관지을 수 없는 것이다. 

영국 원자력 전문 매체는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지진만으로 발생한 원전 사고는 한 건도 없다.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마치 방사능 때문에 사망한 듯 들린다.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1368이란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사망자라고 하면 주로 이재민 시설에서 생활하다 다른 이유로 사망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3분의 2가 80대 이상 고령자다. 

문 대통령은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에서 조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결과 소아 갑상샘암 등의 

아주 특기할 증가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했다. 

미국의 원전 99기 중 88기가 20년 추가 운영 승인을 받은 것이다. 

원전 가동 연장을 세월호에 비교한다는 것은 원전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는 것이다. 

이번에 멈춘 고리 1호기와 똑같은 원전이 미국에서 연장 운행되고 있다. 

우리가 미국보다 부자라서 더 쓸 수 있는 원자로를 중단하나.


문 대통령이 서구 선진국 등이 원전을 줄이며 탈핵을 선언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일방적 주장이다. 

영국은 원전 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후쿠시마 사태를 겪은 일본은 원전 재가동을 시작했다. 

탈핵을 선언했던 대만도 최근 원전 재가동을 발표했다. 지금 세계에서 신규 원전 60기가 건설 중이다. 

얼마 전 열린 세계원자력업계 회의는 최대의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신재생 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꿈 같은 얘기다. 

우리는 바람의 질이 좋지 않고, 태양광이 강한 맑은 날이 많지 않다. 원천적인 약점이다. 

결국 석유와 가스로 발전해야 하는데 전기요금을 어떻게 감당하나. 문 대통령은 이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 

원전 사고가 난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지진이 밥 먹듯 일어나는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원전 운영 최고의 모범국인 한국에서 난데없는 탈원전이 대체 무슨 소린가. 

1950년대부터 피땀 흘려 이룩해온 원자력 기술이 이제 세계에 팔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선 지금 

내팽개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5년 임기 대통령이 광우병 공포와 같은 막연한 피해 의식을 부추기면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가. 

5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게 있다.



脫원전 공론화에만… 독일 25년, 스위스 33년


(조선일보 2017.06.28 김성민 기자)


독일, 1986년부터 논의 시작해 2011년에야 脫원전 본격 돌입

스위스, 국민투표만 5차례 부쳐


탈원전을 추진하거나 원전 가동을 축소하는 외국에서는 오랜 기간 공론화를 거친 후 원전 폐지를 결정했다.


우리 정부가 참고로 하겠다던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폐지 논의가 시작됐다. 

1990년부터 신재생 에너지 지원 제도 등을 점진적으로 도입했고, 1998년 녹색당이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세우며 

'원자력 발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한다'는 합의문 문구를 넣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전국적인 원전 반대 운동이 벌어졌고, 결국 메르켈 총리는 2011년 4월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하며 탈원전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마지막 절차에 돌입했다. 

25년간 논의 끝에 이 위원회는 종교 지도자, 재계 인사, 원로 정치인, 대학교수, 시민단체 등 17명으로 구성해 

논의를 이어갔다.


17인 윤리위원회는 다시 집중 토론 끝에 그해 5월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의 폐기'로 결정한 보고서를 메르켈 총리에게 

제출했다. 메르켈 총리는 내각을 소집해 다시 7시간에 걸친 토론을 벌였고, 탈원전을 결정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독일 연립정부는 오랜 협의 끝에 원자력 발전을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일관되고 확고하며 명료합니다. 번복될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독일은 총 17기 원전 중 8기를 폐쇄했고, 2015년 추가로 1곳을 폐쇄해 현재 8기만 남았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의 단계적 완전 폐쇄를 추진 중이다.


독일은 지금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놓고 공론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 위원회'를 구성해 7만명에게 전화 설문을 돌렸고, 571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그중 120명으로 시민 패널단을 구성했다. 현재 이 시민패널단은 TV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핵폐기장 부지 선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도 신고리 5·6호기 가동 중단의 공론화 작업을 추진하며 독일의 이 사례를 참조할 계획이다.


지난달 탈원전을 결정한 스위스도 1984년부터 공론화를 시작했다. 

1984년부터 33년간 전 사회적 공감대를 이뤘고, 총 다섯 번의 국민투표를 실시해 4전 5기 만에 탈원전을 결정했다. 

1984년과 1990년, 2003년, 2016년의 국민투표에서는 원전 폐쇄에 반대했던 국민들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58% 찬성으로 

탈원전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