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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우리의 중·고교 교육, 욕먹을 이유가 없다

바람아님 2017. 8. 4. 15:46

(조선일보 2017.08.04 조주행 前 중화고 교장)


조주행 前 중화고 교장조주행 前 중화고 교장


우리 학교교육을 염려하는 의견 중에는 새겨들어야 할 소중한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학교 실정을 모르거나 시대 변화를 과장해 전달하면서 생긴 오해가 교사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니 안타깝다. 

"AI 시대에는 정답보다 문제를 찾는 질문력을 길러야 한다" 

"정답이 없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는 학교교육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무책임한 주장이다. 

학교교육은 국민이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합의된 기초적 지식과 기능을 전하는 작업이다. 

초보 단계의 교육은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정답이 있어야 하며, 생활에서 분명히 실천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학교가 흙수저·금수저를 가른다" "개천에서 용 나기는 틀렸다"는 말도 현장 사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 교육과 무료 급식을 제공하며, 장학금 지급의 1차 조건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대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지, 학교 탓이 아니다.


"학교가 창의성을 죽인다" "붕어빵을 찍는다"는 생각도 학교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몰이해 탓이다. 

학교교육은 국민이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 삶의 영위에 필요한 학습을 한다. 

이를 위해 헌법에 교육 기회균등의 원칙을 정했고, 정부에 평등한 교육 시행의 책임을 부과했다. 

그래서 전국의 학생이 동일한 교과서로 진도를 맞춰 배운다. 

결국 학교교육은 붕어빵을 찍는 교육이다. 

문제는 이 붕어빵 찍기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회가 가치 충돌과 무질서로 혼란에 빠져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교가 경쟁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사교육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주장도 근거 없다. 

우리나라는 좁은 영토에 많은 인구가 살기 때문에 모든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학교가 경쟁을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니 주객이 도치된 셈이다. 

"학교가 창의성을 죽인다"는 오해도 

학교는 보통교육을 하는 곳으로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 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교육은 학교교육 범위 밖에 있다. 그것은 고등교육이 해야 할 역할인 것이다. 

오바마 등 외국 대통령이나 교육 전문가들이 우리의 학교교육을 칭찬할 때 

"그건 한국 실정을 모르고 한 말"이라며 극구 부정하는 분도 적지 않은데 일종의 '현대판 사대주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 한국을 후진국에서 10대 선진국으로 진입시킨 지난 수십 년의 학교교육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능력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되며, 애정과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완성된다. 

교과 학습을 멀리하고 놀이 학습을 강조하던 선진국들의 실험은 어린 학생들만 희생시키고 실패로 끝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미 실패한 외국 사례들을 답습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 교사들은 교육 고시를 통해 입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이며, 순환 전보에 의해 학교의 교육력도 균등화되어 있다. 

우리 학교교육은 신뢰할 만하며, 대학의 고등교육과 달리 성공 사례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안심하고 자녀를 우리의 학교에 보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