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9.02 백영옥 소설가)
시인 조은은 자신의 에세이 '또또'에서 개를 키우면 안 되는 사람을 이렇게 분류한다.
혼자 사는 젊은이, 세상을 알 만큼 아는 나이 든 독신자.
얼핏 이해가 되지 않지만 시인은 개와 너무 밀착돼 생활하는 것에 대한 염려를 이렇게 전한다.
개가 주는 헤아릴 수 없는 위안과 평화를 변덕스러운 인간관계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다시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개는 자신보다 인간을 더 사랑하는 유일한 종(種)이다.
"당신은 누군가를 10시간 이상 기다려본 적이 있습니까?" 다큐멘터리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다큐는 종일 주인을 기다리는 개를 보여준다.
훈련사 강형욱은 우리 집 개가 하는 '이상 행동들'(소파, 침구, 신발을 물어뜯거나, 벽을 긁거나 배변하는 행위)이
익숙한 주인의 냄새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개의 안간힘이라고 해석한다.
개가 느끼는 불안과 슬픔이 문제적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반려견이 아무 곳에나 싸고, 깨물고, 짖는다는 고민은 흔하다. 그것이 잘못된 서열 인식 때문이라는 답은 더 흔하다.
하지만 훈련사는 질문이 틀렸으므로 답도 틀렸다고 말한다.
개의 조상이라 일컬어지는 늑대의 서열 개념은 야생이 아닌, 동물원에 갇힌 늑대 무리를 보고 유추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서열 개념이 잘못된 것이며 복종 훈련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반려견은 주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존재하는 상품이 아니라, 많은 걸 느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강혁욱의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를 통해 나는 많은 편견과 오해를 수정했다.
가령 반려견이 사람으로부터 가장 안정감을 느낄 때는 만져줄 때가 아니라, 그저 옆에 있어 줄 때라는 것.
만지고 장난치는 주인의 행동이 오히려 개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내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다.
제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를 계속 부둥켜안고 있으면 결국 그가 웃는지, 우는지, 괴로워하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사랑이란 내 쪽의 필요가 아닌, 상대 쪽을 향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세상 모든 관계에 필요한 건 그러므로 아름다운 거리(距離)다.
또또 조은 지음/ 로도스출판사/ 2013/ 179p 814.7-ㅈ666ㄸ | 위치 : [정독]어문학족보실서고(직원에게 신청) 시인 조은의 에세이. 조은과 또또, 한 시인과 한 강아지, 첫 만남, 그리고 17년 동안,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둘의 동거, 그리고 다가온 이별. 이 책은 시인과 강아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길고 긴 길에 대한 따뜻한 기록이다. |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지음/ 동아일보사/ 2014/ 293 p 527.41-ㄱ269ㄷ/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건강한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에서부터 시기별 배변교육, 서열훈련의 진실, 분리불안, 산책하기 등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개에 대한 상식과 교육 방법 등이 실 사례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15년 노하우가 담긴 이 책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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