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9.06 양경미 영화평론가)
식사 자리에서 일이다. 영화 제작자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영화 '덩케르크'에 대해 설전이 붙었다. 부정적인 평가를 한
사람들은 서사가 빈약하고 볼거리도 적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값 덕분에 관객몰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사람들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으며, 무엇보다 관객 수가 이를 증명했다고 강변했다.
실제로 '덩케르크'는 전쟁영화임에도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이나 드라마틱한 생존을 담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서 관객 27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국민이 자신들의 소형 배를 몰고 프랑스의 덩케르크로 가서 독일군에 포위된 영국군을
구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국 출신의 놀란 감독은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었고 관객들은 영국민의 애국심에
큰 감동을 받았다.
'덩케르크'는 최근 논란이 된 우리 영화 '군함도'와 비교된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을 그린 대작이다.
개봉 전에 쉽게 관객 1000만명을 넘길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조건들도 갖추고 있었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군함도라는 소재, 송중기·황정민·소지섭 같은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과 열연,
그리고 실제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액션 세트장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군함도'는 1000만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있었지만,
조선인 간의 분쟁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탓도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우울하고 불편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 대부분은 그 나라,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준다. 특히 외국과 연관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할리우드 영화 또한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올해 초 개봉된 '핵소 고지' 역시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 없이 75명의 미군을 구한 도스 상병의 경험담을 그리고 있다.
삶이 팍팍할수록, 관객은 영화에서 힘을 얻길 원한다.
고급스럽되 과하지 않게, 보통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우리 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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