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Brooks) 하버드대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어느 날, 기차역에서 핸드폰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라며 다가가자 33명 중 3명(9%)이 핸드폰을 건넸다. 이번에는 ‘비가 많이 와서 힘드시죠(I'm sorry for the rain).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32명 중 15명(47%)이 흔쾌히 핸드폰을 빌려줬다. 상대방의 불편에 공감하는 한마디 말이 선의의 행동을 유발하는 데 5배 이상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날씨에 관한 소용없는 위로(superfluous apology)지만 낯선 이로 하여금 신뢰감을 느끼게 하고 협조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영국 샌드위치 체인 프레타망제(Pret a Manger)는 프랑스어로 ‘Ready to Eat’을 뜻하는 이름에서 보여주듯 미리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업체다. 바쁜 직장인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60초 내 서비스’를 목표로 할 정도로 스피드에 집착한다. 대신 유기농 채소, 천연·무색소 식재료를 사용하고 모든 음식의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등 친환경·친건강 샌드위치를 표방한다.
하지만 프레타망제의 진정한 차별화 포인트는 샌드위치가 아닌 매장 분위기에 있다. 고객을 응대하는 짧은 시간 동안 간단하게 나누는 말 몇 마디가 고유의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든다. 프레타망제만의 분위기는 ‘프렛 버즈(Pret Buzz)’라 불린다. 매장 직원들은 고객을 마치 자신의 집에 온 손님처럼 대하듯 자연스럽게 건넬 만한 개인적인 인사말 하나씩은 갖고 있다. 액세서리를 칭찬하거나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매뉴얼에 따르는 기계적인 인사가 아닌 친근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 인사로 프레타망제는 흔한 패스트푸드 판매점이 아닌 기분 좋은 재충전의 장소가 된다. 지난 10여년간 20%의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며 패스트푸드 대국인 미국에서도 매장당 매출이 맥도날드에 이어 2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프레타망제는 고객 접점 직원을 채용하는 데 공을 들인다. 무엇보다도 천성적으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를 찾는다. 지원자는 실제 매장에서 하루 동안 실습 테스트를 치러야 한다. 일이 끝나면 전 직원의 투표를 통해 새 멤버로 선택할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서 통과되지 못하면 하루 일당을 받고 떠날 수밖에 없다. ‘프렛 버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려는 것이다. 저임금을 받으며 로봇처럼 일하는 ‘맥잡(McJob)’ 산업이라 불리는 패스트푸드 업계 평균 이직률이 300~400%에 달하는 반면 프레타망제 이직률은 60% 수준으로 현격하게 낮다.
편의점, 패스트푸드 매장부터 백화점까지 무인 판매대가 들어서고 로봇이 고객을 맞는 시대가 됐다. 서비스 속도가 빨라지고 고객 응대 비용이 줄었지만 기분 좋은 이야기 상대의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프렛 버즈’처럼 일상적으로 건네는 말 한마디는 고객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샌드스트롬 교수팀 연구에 의하면, 커피숍에서 종업원과 간단하게 수다를 떤 고객이 아무런 대화가 없었던 고객보다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분 좋게 매장을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한 수다가 고객으로 하여금 직원과의 심리적 연결감을 느끼게 하고 만족감, 행복감을 높이는 데 있어 서비스 속도와 비용 절감과 같은 기능성을 능가하는 힘을 지닌다는 의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8호 (2017.10.11~10.17일자) 기사입니다]
'人文,社會科學 > 時事·常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며 생각하며>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0) | 2017.10.21 |
---|---|
[마음산책] 한반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0) | 2017.10.19 |
[지평선] 사모바위의 전설 (0) | 2017.10.14 |
[단풍잎의 사연]①캐나다 국기에는 왜 단풍잎이 그려져 있을까?..동·서 화합의 상징 (0) | 2017.10.13 |
[윤희영의 News English] 직장에서 IQ보다 EQ가 더 중요한 이유 (0) | 2017.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