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포럼>IMF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 올 수 있다

바람아님 2017. 11. 23. 08:39
문화일보 2017.11.22. 12:10


어제 11월 21일은 20년 전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날이었다. 외환위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를 돌아보면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그 전보다 대외적 건전도가 크게 높아졌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를 넘어서고 있으며, 총외채 중 단기외채의 비중도 크게 줄었다. 외환보유액도 3800억 달러를 넘어서 외환위기 직전의 200억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국내경제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우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가계 부실이 심해지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늘어난 실업률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청년실업률은 8.6%로 18년 만에 가장 높아졌으며, 청년 체감실업률은 21.7%로 청년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의 재무구조는 튼튼해져 부실에서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 기업부실이 가계부실로 전이(轉移)됐다.


또한,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으로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신산업을 찾지 못하면서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해지면서 노동생산성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우리 성장률은 2%대에서 고착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저성장 기조는 소득과 부(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일자리가 줄자 청년·고령층의 소득이 줄어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사용한 확대 통화, 재정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의 양극화도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20년 전에 비해 비록 대외적 건전도가 높아졌지만, 국내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로 가계가 부실해졌고, 기업 또한 중국의 추격으로 또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구조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2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또 다른 위기를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을 중요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은 혁신을 이끌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혁신을 통해서만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산업을 대체할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기존 산업의 기술력을 고도화해서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높아진 임금을 낮추기 어려운 지금 중국의 추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력을 높이는 혁신밖에 없다. 또한, 혁신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될 경우 가계부실을 막을 수 있으며 빈곤층과 고령층의 소득이 늘어나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다.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높여 중국의 추격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최근 IMF의 권고대로 미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 우리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외환위기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경제는 외형상으로는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기의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한국경제가 또 다른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노동계가 지금처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