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朝鮮칼럼 The Column] 무계획 財政의 시대

바람아님 2017. 11. 27. 08:38

(조선일보 2017.11.27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재정 운용 한때 건전했지만 지금은 가히 무계획의 시대… 나라가 5년만 존재할 듯 지출
정치적 이유로 세금 쓰다간 재정이 외려 경제 망치는데 지출 관리 계획조차 없어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내년도 예산 심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내년 예산은 429조원 규모, 올해 대비 증가율은 7.1%로 금융 위기 시기였던 2009년 이후 최대이다.

지난 21일 김동연 부총리는 구조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금은 돈을 써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사실

구조 개혁으로 생산성을 대폭 높일 수만 있다면 일시적인 적자 재정은 수익률 높은 투자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표방하는 목표의 달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로 나랏빚이 GDP 250%에 이르는 일본이 어쩌다 그 지경에 이르렀는지 궁금해들 하지만

그들이라고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 실기(失期)의 순간으로 꼽는 때는 1985년 엔화가 절상된 플라자 합의 직후이다.

당시 구조 개혁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확장적 거시·재정정책을 적극 운용했지만 구조 개혁은커녕 경제 체질만

망가뜨려 이후 버블 붕괴와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모든 정부는 스스로 세운 정책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재정 건전성을 후순위로 미룰 유인이 강해진다.

반면 정책의 실효성을 미리 알 수는 없다. 더구나 재정의 기본 속성상 세금을 써서 정치인이 개인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정치적 동기가 재정 운영을 지배하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막으려면 재정 기반을 영구적으로 훼손하고 경제의 체질을 망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꿔 말하자면 정책 결정자가 지속 가능성을 진실로 중시하는지는 말로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지출 편향을 견제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얼마나 공들이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근래의 많은 국내외 연구들은 적자 편향을 견제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재정 운영에 관한 수치 목표의 법적 명시와

목표로부터의 이탈 시 복원을 모색하는 책임성 강제 등을 꼽는다. 물론 제도를 잘 구축해도 정치권의 역량과 도덕성 등

근본적 결핍에 구속될 수밖에 없지만, 지출이 얼마나 기준 궤도로부터 멀어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준칙을 사전에

설정하고 방향 수정의 필요성을 점검하게끔 강제하는 것이 누적적 훼손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42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 기준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현재 재정 관리의 후진국이다. 이는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멀지 않은 과거에 노력으로 탄탄한 재정을 일군 우수 국가였기 때문이다.

건전 재정의 기조는 1980년대 초에 최초로 천명됐다.

이 시기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굵직한 조치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건전 재정을 재정 운영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두 번의 경제 위기를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신속히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때 정립한 건전 재정이

나라를 구했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2000년대 초에는 진보적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전방위적인 재정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당시 국제적으로 가장 선진적이라

평가되는 재정 관리 틀을 갖춤으로써 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을 양립시키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이렇듯 우리는 지속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재정 시스템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정책 역량을 쏟아왔다.

지금은 어떤가. 근래 10여년은 가히 무계획의 시대라 할만하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마치 5년만 존재할 국가처럼 임기 내 지출 소요만 제시할 뿐 그것이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재정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발표조차 하지 않는다. 좀 더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재정 관리 목표와 그에 비춘 점검이 없다.

수치화된 관리 목표가 존재하지 않으니 대규모 지출이 영구적으로 발생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새털처럼 자유롭다.

선거 때마다 대형 공약이 속출하고 바로 다음해 예산으로 직행한다.


주요 제도들 역시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지 오래인데도 대안은 없다.

국민연금은 설계부터 지속 가능성과 거리가 멀었지만 부담을 후세대에 미루기만 하는 구조가 지속될 뿐 아니라

연금을 더 받게 해준다는 약속까지 덧입혀지고 있다.

건강보험은 작년 지출 증가율이 10%가 넘었고, 향후 불과 10년 안에 법정 보험료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등

적신호가 번쩍거리는데도 지출 관리 계획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렇게 재정 전반이나 대표적 복지제도에 대해 중장기 재정 관리 목표가

사실상 전무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짧은 기간에 재정운영 모범국에서 후진국으로 바뀐 것이다.

재정 이슈가 큰 정부와 작은 정부라는 이념적 지향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흔히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큰 정부를 지향한다고 해서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경시할 이유는 없다.

바뀐 것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분명히 밝히고 책임지는 건전 재정의 정신이 사라진 것이다.